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장·차관급 인사가 실언으로 잇따라 사임한 데다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인 중의원 보궐선거 2곳에서 모두 패하면서다. 당내에선 각료들의 ‘사임 도미노’로 대패했던 2007년 참의원 선거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실시된 오사카(大阪) 12구과 오키나와(沖繩) 3구 보궐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오사카 12구에선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 후보(38)가, 오키나와 3구에선 범야권 지지를 받은 야라 도모히로(屋良朝博) 후보(63)가 각각 자민당 후보를 꺾었다. 2012년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출범 후 자민당이 중의원 보선에서 패한 것은 후보를 내지 않았던 2016년 교토 3구 보선을 제외하곤 처음이다.
다만 당내에선 유신회 지지가 강한 오사카와 미군기지 문제를 안고 있는 오키나와는 사정이 특수한 만큼 이번 패배가 ‘전국적인 흐름’은 아니다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야당들도 ‘단일대오’를 만들지 못하고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2패’에는 지역 사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이달 들어 ‘좋지 않은 흐름’을 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통일지방선거 전반전의 지사선거 4곳에선 당내 분열로 시마네와 후쿠오카에서 당 추천 후보가 패했고, 오사카 지사와 오사카 시장의 ‘더블 선거’에서도 졌다. 여기에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에 대해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했다”고 한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국토교통 부대신, “동일본대지진 부흥보다 중요한 게 국회의원”이라고 한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이 잇따라 사임했다.
이번 패배가 ‘선거의 강자’로 군림해온 아베 총리의 장악력 저하의 징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당 총재에 복귀한 이후 중·참의원 선거에서 5연승했고, 보궐 선거에서도 사실상 연승을 이어왔다. 2013년 참의원 선거가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반 년 만에 치러진 덕에 대승을 거둔 만큼 7월 참의원 선거에선 의석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 대비해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5월1일 새 일왕 즉위에 따른 ‘축하 분위기’와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실적을 반전의 기회로 잡을 생각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나하나의 정책과제에 대해 결과를 내는 것으로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고 전력을 다할 것 ”이라면서 “참의원 선거를 향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번 선거 결과를 가슴에 새기고 다시 한 번 몸을 다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중·참의원 동시 선거로 국면을 타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의원 선거는 후원회 조직을 총가동하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에도 표를 더하는 상승효과가 있다. 앞서 아베 총리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대행은 오는 10월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시사하면서 이에 대한 신임을 묻는 중의원 선거라는 ‘애드벌룬’을 띄운 바 있다. 다만 당내에는 “의석이 줄 것을 알고 있는 선거를 할 리 없다”는 신중론도 있어 아베 총리에겐 ‘양날의 검’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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