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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기술유출’ 혐의 일본 기업, “한국 사법 판단 독립성 우려...사업 철수” 논란

 일본의 반도체 관련 제조사가 “한국에서 사법 판단의 독립성이 우려된다”며 한국에서 문제가 된 자회사의 해당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업의 한국 자회사는 지난 2월 기술 유출 혐의로 한국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암시하면서 사법부 판단이 치우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에 본사를 둔 페로텍’(FerroTec) 홀딩스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이사회에서 한국 자회사 ‘페로텍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코리아(FTKA)’에서의 실리콘 카바이드(CVD SiC)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16년 외자투자유치 우대책이 충실한 충청남도 당진에 FTKA를 설립해 비용 절감과 양산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형 CVD로(爐) 개발을 진행하면서 양산 준비를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당사 CVD로에 대해 FTKA 및 전 직원이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국 검찰에 기소됐다”면서 “회사는 본 사업의 장래에 걸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곤란하다고 판단해 이 번에 사업을 철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특히 “재판정에서 무죄를 주장해나갈 생각이지만 지난해 한국에서의 일본 기업에 대한 사법 판단 등을 비춰볼 때 한국에서 사법 판단의 독립성이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줄 영향을 고려해 잠재적 리스크를 현 단계에서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사안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연결짓고 있다. NHK는 “지난해 10월 이후 강제징용을 둘러싼 문제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사법 판단에 대한 우려가 사업의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회사가 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페로텍홀딩스가 사업 철수 이유로 강제징용 판결을 끌어들여 ‘사법 판단 독립성’을 거론한 것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회사 측 발표를 봐도 자회사의 핵심 설비의 기술 도용 문제가 재판에 걸려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 확보 곤란”이 사업 철수를 결정한 주요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도 ‘사법 판단 독립성’을 거론한 것은 재판에 패소할 경우 한국 사법부 문제로 몰아가려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 수원지검은 지난 2월 FTKA와 전 직원 3명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기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FTKA는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업체인 티씨케이 등에서 일하다가 이직한 직원을 통해 CVD로 제조 설비 및 운용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티씨케이는 지난 3월 FTKA와 전 직원 3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담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페로텍 홀딩스는 해당 사업 철수로 인한 손실액을 설비 폐기 비용을 포함해 4억엔(약 40억원)~6억엔(60억엔)으로 내다봤다. 한국 자회사에선 다른 사업의 실시를 검토하고 있으며 대체사업에 대해선 추후 알릴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내 개별 소송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겠다”면서도 “(징용공 문제에 대해)한국 정부가 (한일청구권) 협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구체적 조처를 하지 않고, 원고 측의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