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에 ‘러브콜’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조건을 붙이지 않겠다”면서 북·일 정상회담에 전향적인 자세를 연일 보이고 있다. 북·미 교섭이 정체한 가운데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일본의 역할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베이징 대사관 루트에 더해 모든 레벨에서 북한과 접촉을 꾀해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타진할 방침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그간 일본인 납치문제의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온 북·일 정상회담을 전제조건 없이 추진할 뜻을 공식 표명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을 붙이지 않고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음에는 내가 김 위원장과 마주 봐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일본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11년 연속 이어온 대북 비난 결의안의 공동제출을 보류했고, 지난달 외교백서에 ‘최대한의 압력’ 표현을 삭제하는 등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 3월 노동신문에서 “일본을 상대해도 얻는 것은 없다”고 밝히는 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총리가 ‘무조건 회담’이라는 한층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처럼 막힌 국면을 타개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일본은 특히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된 뒤 교착 상태를 호기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대미 관계가 어려워지면 다른 나라에 시선을 향하곤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밝혔다. 실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이 실현된 것은 북한이 조지 W 부시 정권과 대립하고 있어서다. 당시 북한은 납치 문제로 일본에 접근해 미국과의 간접적인 대화를 하려고 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일본의 가치는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4월말 미국 방문시 골프 회동과 6일 전화회담을 통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내놓고 있다. 북한이 경제 제재 해제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음 수’로 납치문제에서 어떤 제안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무조건 회담’은 그런 제안을 촉진하려는 신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석했다.
일본만 북한과의 대화 국면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초조함도 비친다. 일본에선 한반도 주변국 중 일본이 유일하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아 향후 논의에서도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북·일 협상의 국면 타개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정치권에서) 요구받는 것도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회담’이 외교상의 메시지라기보다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국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아베 총리의 방침 전환은 ‘양날의 검’이다.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납치문제가 방치될 우려가 있다”는 실망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의도대로 북한이 움직일지도 미지수다. 미국과의 대화 통로가 꽉 막혔던 2002년 당시와는 상황부터가 다르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비핵화 교섭”이라면서 “미국과의 직접 교섭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도 일본과 대화의 우선 순위가 반드시 높은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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