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아베, G20서 한일 정상회담 추진 않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 등은 복수의 일본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냉각된 한·일 관계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징용공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 청구 문제 등에 입각해 “문 대통령에게서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느껴지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가 기대되지 않는다”(총리 관저 소식통)라는 판단에 기울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지금 상횡에서 한·일 양국간 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G20 기간 중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정상들과 개별 회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통신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보류하게 되면 한·일의 상호불신에 박차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다만 G20까지 2개월여 남은 기간에 한국이 일본에 대한 자세를 완화하거나 북한 문제 등의 정세 변화가 있을 경우 아베 총리가 필요에 따라 문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월 하순 한·일 정상회담에 소극적이라는 생각을 주변에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료는 “빈손으로 올 문 대통령과 서로 얘기해도 어떤 의미도 없다”고 밝혔다. 통신은 아베 총리의 이런 판단에 일본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강경론이 확산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정상회담은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뒤 열리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가 오사카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최근 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WTO 상소기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분쟁에서 한국의 조치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당사자간 협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외무성 간부는 “문 대통령과 논의해도 진전은 기대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