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당인 자민당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선론’이 급부상하면서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간 일각에서 솔솔 나오던 4선론을 두고 당 ‘넘버 2’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동조하면서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집권 연장을 위해 일찌감치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경계감도 퍼지고 있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니카이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 안팎이나 해외로부터의 지원도 있고, 이 상황에선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총리는 당원의 기대에 부응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나오는 4선론에 대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특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때에는 (4선은) 아무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2016년 7월 말한 내용과 흡사하다. 그는 그해 8월 간사장에 취임해 당규에 ‘연속 2기 6년’로 정해져 있던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바꾸는 데 앞장섰다. 이후 아베 총리는 2018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꺾고 3연임에 성공해 2021년 9월까지 임기를 확보했다.
앞서 아베 총리의 4선론은 지난 1월 니카이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로부터 먼저 흘러나왔다. 니카이파는 자체 총재 후보가 없다. 아베 총리에 가까운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당 총무회장도 지난달 28일 “국민 사이에 ‘한 번 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그런 상황이 조성될 지도 모른다”면서 4선론에 군불을 땠다. 아베 총리는 같은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당의 일은 당에서 확실히 논의해갈 것”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부정은 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 언론들은 4선론 부상에 대해 아베 총리의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2년6개월이 남았다고는 해도 총리의 임기가 정해진 이상 레임덕은 피할 수 없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도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해 레임덕을 막기 위한 발언”이라는 총리 주변의 말을 전했다.
다만 “조기에 4선 흐름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실적이 있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지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4선론이 자칫 여론의 반발을 초래해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경계감도 있다.
‘포스트 아베’ 후보들은 견제구를 날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당규에는 총재는 연속 3기까지”라고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측은 “4선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많다. 생각대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선 비판이 잇따랐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악몽이다. (4선은) 터무니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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