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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재해의 기억을 어떻게’…일본, 동일본대지진 유구 보존 고민

   건물 3층에 뒤집힌 채 누워 있는 자동차, 골조가 모조리 드러난 천정, 산산히 흩어져 있는 유리창 파편….
 일본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氣仙沼)시 고요(向洋)고등학교 건물은 8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2011년 3월11일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의 지진으로 12m에 이르는 쓰나미(지진해일)가 해안에서 500m 떨어진 이 학교 건물 4층까지 밀려왔다. 학생 약 700명은 내륙으로 피했고, 남아있던 교사 약 50명은 건물 옥상으로 달아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게센누마시에선 관련사를 포함해 사망자·행방불명자가 1357명에 이르렀다.
 쓰나미의 참화와 교훈을 전달·계승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게센누마시가 선택한 것은 재해의 상흔이 생생한 학교 건물을 ‘지진재해 유구(잔존물)’로 보존하는 것이었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게센누마시는 동일본대지진이 난 지 8년을 하루 앞둔 오는 10일 ‘게센누마시 동일본대지진 유구 계승관’을 개관한다. 고요고등학교 건물을 시 유일의 지진재해 유구로 정비해 일반에 공개하고, 계승관에선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당시 쓰나미의 영상 등 자료들을 전시한다.
 8년 전 고요고등학교 학생으로 현재는 인근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무라카미 아유무(村上步夢·23)는 아사히신문에 “잊어서는 안되는 게 있다. 지진재해는 계속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쓰나미의 무서움은 언어나 사진보다 실제로 보고 느껴야 전달된다”고 말했다.
 지진재해 유구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사고의 기억과 교훈을 전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지진재해 유구로 처음 인정돼 2016년 4월 일반 공개된 이와테(岩手)현 다로관광호텔을 시작으로, 재해 지역 곳곳에선 유구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仙台)시 아라하마(荒浜)초등학교도 쓰나미의 피해를 입은 학교 건물에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방문객이 14만명에 달한다.
 도호쿠(東北)지역 신문인 가호쿠(河北)신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일본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3개 현의 42개 시정촌(市町村·기초자치단체) 가운데 24개 시정촌에 지진재해 유구 38건이 보존되고 있다. 공공시설·건축물이 26건으로. 이 가운데 학교가 10건으로 가장 많다.
 다만 재해 복구가 진행되면서 안전 등을 이유로 철거·해체되는 유구들도 적지 않다. 재해의 흔적을 보고 싶지 않다는 피해자들의 심경을 배려해 보존 여부를 고심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와테현 오쓰치(大槌)정에선 쓰나미로 직원 28명이 숨졌던 청사의 철거 여부를 두고 최근까지 갈등을 빚었다. 지난 1월 일부 주민들이 마을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해체 금지 소송이 기각되면서 청사는 결국 철거됐다. 민박집 옥상에서 발견돼 동일본대지진의 상징이었던 관광선 ‘하마유리’는 붕괴 위험 때문에 2011년 5월 해체됐다. 하지만 재해의 기억이 잊혀지는 것을 막고 싶다는 주민들이 복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 사고의 영향이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현의 경우 출입이 불가능한 지역도 많기 때문에 보존 방침이 정해진 건축물은 우케도(請戶) 초등학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