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달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반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수확’이다. 하지만 북·미 교섭의 진전 없이 납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납치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어도 북·미 정상 간 회담에서 2차례나 이야기를 해 (아베 신조) 총리의 생각을 전해줬다. 이것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28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제기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은 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결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HK는 일본 정부가 1·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긴밀한 미·일 관계가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북·미 교섭의 진전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교섭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일본의 기대는 어그러지게 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간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복수의 경로를 통해 북한 측과 접촉해왔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이 최대의 찬스”(아베 정권 간부)라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납치문제가 진전되면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해주면 북·일 정상회담의 실마리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미 교섭이 진전을 보인다면 북한의 다음 관심이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고 봐왔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향후 북·미 교섭도 정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는 “북한이 바로 일본에 다가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납치 문제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문제지만, 동시에 핵·미사일 문제가 진전하지 않으면 전체로서 진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납치 문제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북·미 관계가 긴장 상태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0년대 초반 북한이 일본에 다가왔던 것처럼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일본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정체되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가치가 올라간다”며 “북한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접근해 미국과 흥정하는 전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두고도 고이즈미 총리 당시와 지금의 북·미 관계와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이 많다. 북·미 관계가 잘 되지 않는다고 북한이 일본에 접근할 것이란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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