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를 배우는 활동에 의해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입니다.”
17일 오후 도쿄 도시마(豊島)구 릿쿄(立敎)대 예배당에서 진행된 시인 윤동주(1917~1945) 74주기 행사에서 김대원 신부(성공회)는 이렇게 말했다.
김 신부는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윤동주의 삶과 시가 던지는 사랑과 평화, 인간 존엄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김 신부는 “윤동주는 별과 같은 존재”라면서 “윤동주의 시를 읽고 우리들은 근본으로 돌아가 인간을 정화함으로써 주변에 눈을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예배당은 400여명의 한·일 시민들이 찾아 좌석을 가득 메웠다.
릿쿄대는 윤 시인이 8개월 가량 다녔던 곳이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의 모임’은 2008년부터 매년 윤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 ‘시인 윤동주와 함께’를 개최해왔다. 김 신부는 “기념이라는 것은 기억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그 사람의 뜻을 이어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의 추도사가 끝난 뒤 윤동주의 시를 낭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일 낭독자들이 ‘오줌싸개 지도’, ‘비애’, ‘자화상’, ‘눈 오는 지도’, ‘별 헤는 밤’, ‘사랑스런 추억’을 일본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낭독했다. 5년 전 낭독에 참여했던 한의진(대학 1년)군이 동생 한의현(초등학교 4년)군과 함께 ‘오줌싸개 지도’를 일본어와 한국어로 낭독하자 예배당 안에서 ‘대단하다’라는 탄성이 새어나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낭송 마지막에는 윤 시인의 대표작인 ‘서시’를 좌중이 모두 일어서 함께 낭독했다.
1부 행사는 윤 시인이 교토(京都) 유학 시절 우지(宇治) 강변에서 불렀던 ‘아리랑’으로 마무리됐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도쿄 한복판에서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2부 행사에선 윤 시인의 6촌 동생인 가수 윤형주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어제 내린 비’ 등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고, 윤 시인의 ‘별 헤는 밤’을 낭독하면서 6촌 형인 윤동주와 아버지 윤영춘 전 경희대 교수에 얽힌 일화와 생각들을 풀어냈다. 윤씨는 “동주 형님은 일본 땅에서 74년 전 27세의 나이로 죽었다”면서 “인간에게 가장 슬픈 일은 잊혀진다는 것인데 지금도 여러분에게 기억되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당신은 차라리 아름다운 영혼의 빛깔”
윤씨가 윤 시인을 추모면서 만든 ‘윤동주님에게 바치는 노래’가 예배당에 울려퍼졌다.
만주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1942년 2월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그해 10월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으로 옮겼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혀 있던 중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16일 옥사했다. 이날 릿쿄대뿐만 아니라 전날 일본 교토와 후쿠오카 등지에서도 윤 시인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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