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자신을 추천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언’은 사실이라고 일본 정부가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미국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의뢰를 받아 작년 가을쯤 노벨상 관계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후 미국 측으로부터 “추천했으면 좋겠다”라는 타진이 있었다. 추천은 매년 2월이 마감으로, 각국의 대학교수나 국회의원들에게 자격이 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상에 추천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면서 “추천장을 보낸 시기는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지역의 평화에 공헌했다고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후보에 추천했다”면서 “과거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5장 정도의 노벨평화상 추천서 사본을 (아베 총리가) 보여줬다”고 밝혔다. 신문은 “아베 총리에겐 북미 정상의 재회담을 앞두고 교착한 한반도 비핵화와 납치 문제의 타개와 함께 미·일 통상교섭에 탄력을 붙이고 싶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노벨위원회에 자신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준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다가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이라는 것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아주 아름다운 서한의 사본을 내게 줬다”면서 “그는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서 당신을 추천했다.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언론 보도에 일본 내에선 놀라움과 당혹감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기조에 종종 견해를 달리해온 아베 총리가 수면 아래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면서까지 바싹 밀착하려 한 셈이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씨 만족, 일본 정부관계자 당혹’이라는 기사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놀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도쿄도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과의 대화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인가”라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뇌과학자인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郞)는 SNS에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해 미·일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훌륭한 한 수”라면서 “노벨상 활용으로선 획기적으로 새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한 수는 홍백가합전(NHK의 연말 가요프로그램)에 나오도록 하면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더 있다”고 비꼬았다.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靑木理)는 이날 TBS 프로그램 ‘선데이모닝’에 출연해 “국제적으로 상당히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지 않으면 안되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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