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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전후 최장 경기 호황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74개월 연속 경기 확장에도...“실감없어” “최약”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경기 확장을 달성했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지만, 마냥 ‘축배’를 들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임금 인상률 등이 과거에 비해 낮아 “최장이지만 최약의 경기” “실감없는 경기 확대”라는 평가들이 나오는 데다, 경기 회복이 향후에도 이어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전날 열린 1월 월례경제 보고에서 이달 경기 흐름도 ‘완만하게 회복 중’이라고 판단했다. 2012년 12월 시작된 경기 회복이 74개월 연속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0일 국회 중의원 대표질문 답변에서 “전후 최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기존의 최장 경기 확장기는 73개월간 계속된 ‘이자나미 경기(2002년 1월~2008년 2월)’였다.
 일본 언론들은 사상 최고 수준에 있는 기업 실적이 전후 최장 호황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제성장률과 임금이 크게 늘지 않아 가계가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 일반서민들의 소득은 그리 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춘투’(임금협상)의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2. 26%를 기록하는 등 정부 주도의 ‘관제 춘투’가 시작된 2014년 이후 매년 2%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버블경기 때인 1990년의 5.94%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특히 일본 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대기업에 못미친다.
 임금이 다소 올라도 사회보험료 등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NHK에 따르면 ‘이자나미 경기’의 후반인 2007년 가처분소득은 한 달 평균 44만2000엔이었지만, 재작년은 43만4000엔이었다. 반면 사회보험료 부담은 2007년 한 달 평균 4만7000엔에 비해 재작년은 5만6000엔까지 증가했다.
 경제 성장세 자체가 매우 완만하다는 것도 호황을 실감하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내각부에 따르면 이번 경기 확대기의 국내총생산(GDP)의 실질성장률은 연평균 1.2 %에 그쳤다. 이는 1960년대 고도성장기인 이자나기 경기의 11.5%, 버블 경기의 5.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핫토리 시게유키(服部茂幸) 도시샤대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아베노믹스는 엔저로 기업업적을 부풀렸지만, 수출은 그렇게 늘지 않고, 소비는 정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중국의 성장 둔화, 영국의 EU 이탈 문제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전후 최장의 경기 확장기는 미국 등 해외 경제의 호조를 탄 수출 확대와 엔저에 따른 환산 이익 확대에 지탱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외국 수요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 다시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 금융완화와 채무의존의 재정정책을 계속한 결과, 경기가 후퇴할 때 추가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고 지적했다. 올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도 일본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이니치생명경제연구소의 신케 요시키(新家義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동향에 따라 ‘사실은 경기는 이미 후퇴하고 있었다’라고 추후 인정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경기 확장 국면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1년여 뒤에 공식적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