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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성과 없이 끝난 러·일 정상회담...“아베, 영토교섭 가시밭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평화조약 체결을 향한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일본 언론은 향후 교섭 과정에 대해서 “가시밭길”(아사히신문), “다난(多難·어려움이 많다)”(마이니치신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베 총리와) 논의했다”면서 “쌍방이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조건 형성에 앞으로 길고 면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섭의 결론은 양국 사회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러시아 국내에서 일본으로의 영토 반환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점을 의식, 영토문제에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쌍방이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저와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강력하게 진전시킬 결의를 확인했다”면서 “양국 외무장관이 2월 중에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교섭을 더욱 진전시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러·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시키기로 합의한 이후 3개월 연속 이뤄진 것이다. 앞서 양 정상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쿠릴 4개 섬 중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하는 내용이 담긴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기초로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러·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 결과 쿠릴 4개섬이 러시아 영토가 됐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러시아 측은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정상 간 논의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이날 정상회담에 임한 것이다.
 하지만 약 3시간에 걸쳐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주변에 의욕을 표시해온 ‘조문 작업 개시’ 발표는 없었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리더십 아래 강력하게 진전시켜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구체적인 교섭에 진전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릴 4개섬과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은 옛 주민의 항로 성묘나 공동경제활동 활성화 정도다. 오히려 양국은 경제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수 년간 일본과의 무역액을 1.5배, 300억달러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영토문제에선 타개책을 찾지 못한 채 러시아가 요구해온 경제협력 카드만 빼준 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방일시  큰 틀의 합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합의를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재료’로 삼을 뜻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마이니치는 “6월까지 합의를 이루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외교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 향후 교섭에 어려움이 가득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