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다섯 개의 눈)’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정보 동맹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과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일 동맹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제휴가 필요한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 테리사 메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해양대화’ 창설 등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연대를 진전시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 최근 영국과 급속히 연계를 강화해 준동맹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영국은 ‘파이브 아이즈’의 종가(宗家)다. 메이 정권은 올 여름까지 파이브 아이즈 국가 이외에 18세 이상 일본 여권 소지자도 자동게이트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영국이나 EU 시민들과 같은 수준으로 대우하는 셈이다.
일본 또다른 준동맹 관계인 호주와의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실현을 위해 긴밀히 연대할 것을 확인했다. 일본은 미국, 영국, 호주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맺고 있다. 캐나다와도 협정 서명을 끝낸 상태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파이브 아이즈와는 평상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미 공군 우주사령부가 주최한 가상훈련 ‘슈리버 워게임’에 처음 참가했다. 미국의 우주통신 시스템이 공격받을 때 일본 등의 위성시스템이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훈련했다. 2001년부터 12회째가 되는 이 훈련은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이 중심이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선박이 다른 선박에 화물을 옮겨싣는 환적 대책에서도 파이브 아이즈와의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항공기가 경계 감시를 맡았고, 영국 함정은 동중국해를 순회했다. 일본은 환적 현장 사진을 각 국에 제공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는 지난달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해커집단 ‘APT10’이 지식재산을 훔치려 했다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때 일본 외무성도 즉시 “단호하게 비난한다”는 담화 발표로 호응했다. 파이브 아이즈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봉쇄하려는 데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 자위대에 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통신장비 및 제품 사용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파이브 아이즈 입장에서도 일본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자위대가 동해나 동중국해에서 모은 중국 정보에 대한 관심은 극히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과 파이브 아이즈의 관계 강화 움직임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8일 결정한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대강은 우주, 사이버, 전자파 대응이 주요 축인데, 이는 파이브 아이즈가 중시하는 영역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파이브 아이즈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6년 미국과 영국이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맺은 비밀정보공유협정(UKUSA)에서 비롯됐다. 파이브 아이즈 5개국은 에셜론이라는 통신감청망을 사용해 전 세계에서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테러와 군사에 관련한 기밀 정보를 수집해 안보정책 등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비밀리에 협력해오다 2013년 6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도·감청 기밀문서를 폭로하면서 실태가 드러났다. 남중국해와 중국, 한반도에서의 체계적 정보 수집을 위해 일본이 파이브 아이즈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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