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本州·일본을 구성하는 가장 큰 섬) 중앙부 군마(群馬)현 얀바 댐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16만명이 방문했다. 댐이나 공항, 교량 등 대형 공공시설을 둘러보는 ‘인프라 투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건설 중인 댐을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다. 과거 정부·지역 간 대립과 정책 혼란으로 얼룩졌던 얀바 댐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초 개최된 ‘야간 얀바 투어’에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정원 40명을 훨씬 웃도는 100명이 참가했다. 조명 불빛에 떠오른 거대한 크레인이나 콘크리트벽의 스케일에 참가자들은 숨을 꿀꺽 삼키고 환성을 질렀다. 올해말 완공 예정인 댐의 높이는 116m에 이른다. 댐을 좋아해 다시 방문했다는 한 참가자는 “(댐이) 점점 완성돼가는, 지금밖에 없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투어를 기획한 것은 이 지역 주민과 지자체, 국토교통성 등 약 20명으로 구성된 ‘팀 얀바’다. 지난해 유료투어를 5차례 열었다. 국토교통성이 거의 매일 주최하는 투어도 있어, 2017년 2만7000명, 2018년에는 11월말까지 4만9000명이 이용했다. 투어에 참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포함하면 지난해만 16만6000명이 얀바 댐을 찾았다.
‘얀바 투어’는 대규모 공공시설 공사를 둘러싸고 대립했던 정부와 지역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진흥에 힘을 모으고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얀바 댐 건설에는 일본 댐 건설 사상 최고인 5320억엔(약 5조5000억원)이 투자됐다. 치수 대책으로 댐 건설 계획이 1952년 발표됐지만, 예산 확보 지연과 찬반 논란 등으로 67년 간 완공되지 못했다. 당초 예측했던 물 수요 감소와 지반 취약 등을 이유로 반대론이 많았고, 관료·토건기업 유착에 따른 공사비 확대도 논란이 됐다. 반대 운동이 격렬해지면서 바리케이트와 반대 간판이 마을 여기저기 세워지기도 했다. 1985년 지역 주민들이 댐 건설을 수용하면서 1992년 공사가 본격화됐지만, ‘대규모 토목사업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 정권이 2009년 건설 중지를 표명했다가 2011년 다시 뒤집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얀바 댐 건설은 지역의 풍경을 바꾸고 지역 주민 간 대립도 낳았다. 보상금을 받아 지역을 떠난 주민도 많다. 이전대상 470세대 가운데 94세대 만이 대체지로 이사했다.
‘팀 얀바’ 회장인 히다 쇼조 가와하라온천협회 회장은 “불황이나 과소(過疏) 문제가 뒤얽혀서 최후에는 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댐이 완성된 이후에도 방문객을 불러모으는 게 향후 과제다. 히다 회장은 “온천 수질에는 자신이 있다. 언제까지 정부에 기댈 수도 없고, 향수에 빠져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팀 얀바’는 방문객을 유치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지역 주최 투어도 늘릴 계획이다. 국토교통성도 얀바 댐 공사사무소에 지역진흥과를 두고, 관광객 유치에 전면 협력할 예정이다.
■‘인프라 투어’ 인기, 일본 정부도 후원
일본 정부는 인프라를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하는 ‘인프라 투어’ 진흥에 힘을 쏟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2016년 1월 전국의 견학회나 유료 투어를 종합 소개하는 포털사이트를 개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프라 투어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회의도 설치했다.
거대한 공공시설을 해설과 함께 견학할 수 있는 인프라 투어의 인기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국토교통성 포털사이트에서 개최하는 민간 투어는 2018년 9월 41건으로, 2016년 9월 23건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 등 관리자가 주최하는 투어나 견학회도 2016년 9월 326건에서 2018년 9월 360건으로 늘었다. 이 사이트에 게재된 시설 367곳의 견학자수는 2017년도 46만7000명으로, 이 가운데 댐을 견학한 사람은 28만8000명으로 63%를 차지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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