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목적’으로 포획된 밍크고래가 2017년 9월 일본 홋카이도 구로시오 항구에 내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포경 거점이 아베 총리 등 자민당 지반” 뒷말도
일본 정부가 26일 국제포경위원회(IWC) 탈퇴를 정식으로 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30년 만에 상업적 고래잡이를 재개하게 됐다. 일본 정부가 식용 고래를 포획할 목적으로 IWC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전날 각의(우리나라 국무회의)에서 IWC 탈퇴를 결정한 데 이어 이날 이같은 방침을 정식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1일까지 IWC 사무국에 탈퇴 방침을 전하면, 내년 6월30일 이후 상업적 고래잡이가 가능해진다.
이번 탈퇴 결정은 지난 9월 IWC 총회에서 일본이 제안한 상업적 고래잡이 허용안이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IWC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채 고래잡이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고 탈퇴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1948년 설립된 IWC는 상업적 고래잡이를 1986년부터 멈추기로 1982년 결정했다. 1951년 IWC에 가입한 일본도 1988년 표면상으로는 이를 따랐다. 하지만 ‘연구 목적의 포경’이라는 명목으로 고래잡이를 계속하면서 국제적으로 비판받아왔다.
IWC 탈퇴로 일본은 남극해에서 조사를 명목으로 하는 고래잡이는 하지 못하지만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상업적 고래잡이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고래고기는 고유의 식문화로 간주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고래잡이 문화가 있었다. 고래고기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고래고기 소비량은 1962년 23만t에 이르렀다. 하지만 IWC에서 상업포경의 일시정지가 결정되고 일본의 포경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고조된 1980년대 전반을 기점으로 소비량이 약 4만t 전후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3000t 정도를 소비했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이례적인 국제기구 탈퇴가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언론은 일본의 IWC 탈퇴에 호주 등 반(反)포경국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가토 다카시(加藤節) 세케이대 명예교수(정치학)는 마이니치신문에 “일본은 전후 국제협조주의를 관철해왔다. 자신의 주장이 통하지 않는다고 국제적인 틀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면서 “미국 트럼프 정권의 자국제일주의와 연동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IWC 탈퇴는 과거 상업 포경이 활발했던 홋카이도(北海道), 아오모리(靑森), 미야기(宮城)현 등을 지역구로 둔 여당 의원들의 압박을 일본 정부가 수용해서 이뤄지게 됐다. 포경선의 거점이 있는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는 아베 신조(倍晋三首) 총리, 연안 포경이 번성한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의 지지 기반이다. 이런 사정도 이번 IWC 탈퇴와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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