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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의욕 부리다 더 틀어져버린 아베의 ‘개헌 시나리오’

   자민당, 임시국회 개헌안 제시 포기
   내년 참의원 선거전 발의도 힘들 듯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헌 구상이 꼬이고 있다. 여당인 자민당이 당 개헌안의 임시국회 제출을  결국 포기하면서다.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까지 개헌 발의도 어렵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지나친 의욕이 되레 역효과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6일 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날은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헌법심사회의 마지막 정례일이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아베 총리가 의욕을 표시해온 개헌안의 임시국회 제출을 단념했다.
 앞서 자민당은 지난 3월 ‘헌법 9조에 자위대 설치 근거 조항 명기’ 등 4개 항목의 개헌안을 확정한 뒤 이번 임시국회 기간 헌법심사회에 제출한다는 전략을 짜왔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개헌 드라이브가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한 뒤 “당 개헌안을 다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연일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특히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의원을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을 중의원 헌법심사위원회 수석간사에 기용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특명’을 받은 두 사람의 도를 넘은 언동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낳았다. 시모무라 본부장은 지난달 9일 논의에 소극적인 야당을 “직장 포기”라고 비판했고, 신도 수석간사는 지난달 29일 헌법심사회 개최를 밀어붙였다. 이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헌법심사회 논의를 거부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마저 “야당도 나오는 환경이 중요하다”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자민당의 개헌 시나리오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자민당은 임시국회에서 당 개헌안을 제시하고 개헌 찬동 세력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 선거 전까지 개헌안을 발의한 뒤 국민투표를 진행해 2020년 새 헌법을 시행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자민당은 내년 1월 하순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당 개헌안을 제출할 생각이지만 한 번 틀어진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월말까지는 2019년도 예산안 심의를 우선하게 된다. 4월 이후에는 참의원선거를 목전에 둔 만큼 야당이 개헌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키’를 쥐고 있는 공명당도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5석을 잃은 만큼 참의원 선거 전 개헌안 발의에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도 “참의원 선거 전 짧은 기간에 (개헌안 발의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이이 않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