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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골격 드러내는 일본 무장강화 지침 ‘방위대강’...“개헌 전에 괴헌”

 일본 정부가 이달 중 개정하는 장기 방위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의 내용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주변 방어를 명목으로 하는 해(海)·공(空) 무장 강화와 우주·사이버 등 ‘새로운 위협’ 대응이 골자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유지해온 ‘전수방위’ 원칙으로부터 일탈해 평화헌법을 무력화, ‘전쟁가능한 국가’로 나가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5일 총리 관저에서 ‘안전 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를 열고 방위대강 골격안을 제시했다. NHK에 따르면 골격안에는 “일본 주변의 태평양 방어 강화를 위해 단거리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하다”면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의 도입 방침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F-35B 도입은 자위대 최대 호위함 ‘이즈모’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다목적 운용 모함’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방위대강에는 또 고속활공탄 등 신형 미사일 도입 계획도 명기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유도탄과 날개가 달린 탄두를 하강 비행시켜 목표물을 타격하는 고속활공탄 도입이 포함된다. 산케이신문은 또 “장사정의 원거리공격 화력이나 탄도·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종합미사일 방공능력도 명기했다”고 전했다.
 사이버나 우주, 전자파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도 담겼다. 특히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과 교통기관 등 중요 인프라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경우 자위대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반격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우주부대’ 창설도 담길 예정이다.
 방위대강은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방위력의 형태나 자위대의 태세·정원·장비 등을 규정하는 지침이다.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 때 처음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책정됐다. 현재의 방위대강은 아베 총리가 정권에 복귀하자마자 개정 작업에 들어가 2013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번에 5년 만에 개정되는 것으로, 한 내각에서 방위대강이 두 차례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안보환경이 5년 전 상정했던 것보다 현격히 빠른 속도로 엄중함과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아베 총리)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위대강에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를 이착륙시키는 항모의 도입, 사이버 공간에서의 반격권 보유 등 사실상 ‘전수방위 원칙’에서 일탈하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수방위는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최소한 행사하는 것으로,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교전권 불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 9조에 입각해 지금까지 유지돼왔다.
 결국 이번 방위대강 개정은 2016년 3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규정한 안보법 시행 이후 뚜렷해지고 있는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법에 따라 일본은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국제사회의 평화가 위태롭다고 판단될 경우엔 교전이 가능해졌고, 미군 등 외국군대 함선을 방호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자위대의 활동과 무기 사용 범위는 확대일로에 있다. 아베 정권은 이런 안보법에 담겨진 틀을 장기방위전략인 방위대강에 짜넣고, 무기조달 5개년 계획인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안배해 신무기와 부대를 조달·편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평론가인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는 진보 월간지 <세카이(世界)> 11월호에 “아베 정권은 소련,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꿔 전방위적인 군비 확장으로 돌진하고 있다”면서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改憲·헌법 개정) 이전에 본격적인 괴헌(壞憲·헌법 파괴, 개헌과 괴헌은 일본어 발음이 ‘가이켄’으로 똑같음)이 준비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