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소송 피해자측 변호인들과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4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측 변호인들이 4일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본사를 다시 찾았지만, 이번에도 면담을 거부당했다. 변호인들은 “오는 24일까지 신일철주금이 협의 의사를 보이지 않을 경우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강제징용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도쿄 마루노우치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 대해 1억원씩 손해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행방법을 협의하자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일철주금은 이번에도 “만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변호인들은 지난달 12일에도 신일철주금을 찾았지만, 면담을 거부당했다.
임 변호사는 “(신일철주금 측은) 우리와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하면서 “신일철주금의 한국쪽 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서도 협상을 수 차례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했다.
다만 “요청서를 맡아두겠다”고만 했던 지난 번과 달리 “접수처에 두고 가면 회사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해 요청서를 접수처에 두고 왔다고 임 변호사는 전했다. 요청서에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 이행방법, 배상금 전달식을 포함한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 등 2개 안건에 대해 오는 24일 오후5시까지 답변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요청서는 또 신일철주금은 기업행동규범 제8조에서 ‘각국·지역의 법률을 준수하고 각종 국제규범, 문화, 관습 등을 존중하여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스스로 공언한 기업 행동규범을 바탕으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신속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두 변호사는 이어 인근 일본외국특파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일철주금에 협상 의사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신일철주금이 갖고 있는 PNR 주식 234만여주(액면가 110억원 추산)이 우선 대상이라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신일철주금이 갖고 있는 한국 내 지적재산권 3000여건도 압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일철주금에 의해 강제 노동에 동원된 피해자 180여명의 자료를 토대로 추가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5년을 기다렸고,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2개월을 기다렸다. 원고 측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94세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서 “신일철주금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로 교섭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베 총리는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노 외무상은 ‘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고 말하지만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1932년에 가입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29조는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고, ILO 전문위원회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에 해결을 권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또 “한국과 일본 사이에 청구권협정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말은 전혀 맞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는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석했고, 일본 정부는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해석이 다른 경우는 청구권 3조에 정해져 있는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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