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해군 구축함이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로 자국의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조준했다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표류한 북한 어선 수색을 위해 레이더를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측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난 선박을 수색하기 위해선 수상 수색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그러나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함정이 화기 관제 레이더를 조사(조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 통제 레이더의 조준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으로 한국 측에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는 일로 몹시 유감”이라고 말했다.
화기 관제 레이더 가동이 초계기를 직접 겨냥한 게 아니라는 한국 측 설명을 재차 반박한 것이다. 앞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지난 21일 밤 기자회견에서 “사격통제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은 실제 화기를 사용하기 전에 하는 행위이며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상황은 20일 독도 북동쪽 100㎞ 지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표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해경과 해군 구축함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군은 북한 어선과 가장 인접한 곳에 있던 광개토대왕함(구축함·3200t급)을 구조작업에 파견했고, 대함·대공 탐지 레이더와 함께 사격통제 레이더도 송출했다. 군 관계자는 “파도가 높게 이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능이 뛰어난 화기 관제 레이더도 사용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행 중이던 일본 초계기가 레이더 범위에 들어온 것으로,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사격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군은 일본 당국의 항의를 받은 뒤 자세한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화기 관제 레이더를 초계기에 조준한 것은 수색 목적 이외의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 재차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번 사안을 ‘반일 행위’로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방위정무관은 트위터에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일본의 이런 과도한 대응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이번 사안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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