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기초로 평화조약교섭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괄 반환’ 대신 ‘2개 섬 우선 반환’ 요구로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일본과 구 소련이 국교를 회복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는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전후 70년 이상 남겨져왔던 과제를 다음 세대에 미루지 않고 나와 푸틴 대통령의 손으로 반드시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의지를 완전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사이에)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영토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초 러시아를 방문해 러·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두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쿠릴 4개섬은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반도를 잇는 쿠릴열도 최남단의 구나시리(國後), 에토로후(拓捉),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컫는다. 1855년 러·일 통상조약으로 일본 영토가 된 후 1875년 열도 전체가 일본령이 됐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구 소련에 양도됐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거해 현재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이다.
일본 측은 종래 쿠릴 4개 섬의 일괄 반환을 요구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2개 섬의 우선 반환을 중심으로 향후 교섭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전환한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4개 섬 반환을 고집하는 한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교섭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2개 섬의 일본 반환을 확실하게 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향후 교섭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측의 의도대로 상황이 돌아갈 지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임기(2021년9월) 내에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북방영토 협상을 본격화하고 싶어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 측이 2개섬을 실마리로 최종적으로는 4개 섬 반환을 목표로 한다는 생각을 드러내면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소·일 공동선언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왔지만, 한편으론 “일본에 양도한 후 2개 섬에 러·일 어느 쪽의 주권이 미치는지는 선언에 써있지 않다”라는 해석도 표명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의 입장은 “0개 섬 반환”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는 일본에 양도한 섬이 미군의 거점이 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현해왔다. 미·러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에 섬을 양도하기로 판단하는 것은 크게 곤란할 것이라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중순 전제 조건 없이 평화조약을 연내 체결하자고 전격 제안한 뒤 처음 열렸다. 당시 일본 측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쿠릴 4개섬의 일본 반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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