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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헤이세이가 끝나기 전에 결혼’...일본 젊은이들의 집착 이유는

일본의 20~30대 사이에 헤이세이(平成)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늘고 있다.
 ‘헤이세이’는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즉위한 1989년부터 사용해온 연호(年號)다.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30일 퇴위하기 때문에 ‘헤이세이’ 시대는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가쓰베 시오리(28)는 내년 4월27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지난 4월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받을 때 헤이세이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가쓰베는 NHK에 “학생시절 추억도 많고 입사했을 때 선배들로부터 ‘헤이세이 태생이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결혼이라는 형태로 헤이세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이세이 막바지 결혼’ 수요를 끌어모으려는 사업도 성황 중이다. 요코하마(橫濱)시의 한 호텔에선 헤이세이 첫 해 개통한 ‘요코하마 베이브리지’ 앞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이벤트 등을 준비한 결혼식 플랜을 갖추고 있다. 올 7월부터 10월까지 28쌍이 신청하는 등 예상을 웃도는 반향을 얻었다. 후쿠오카(福岡)의 한 호텔에서도 ‘헤이세이 마지막 결혼식’ 플랜을 지난 7월 마련, 10월까지 예년의 3배가 넘는 문의가 쇄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헤이세이 초기에 태어난 세대가 결혼 적령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헤이세이’가 끝나는 시기가 겹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서거에 따른 개원(改元·연호를 바꿈)과 달리 이번에는 아키히토 일왕이 중도에 튀위하고 새 일왕이 즉위하는 축하 분위기 때문에 ‘저항감’도 적다.
 ‘헤이세이 세대’ 특유의 감각도 지적되고 있다. 이 세대는 장래 경력 설계로부터 거꾸로 계산해 결혼시기를 정하는 ‘역산혼(逆算婚)’의 경향이 강해 빨리 결혼해 출산한 뒤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용’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마케팅 평론가 우시쿠보 메구미는 분석했다.  또 1980년대 후반 거품경제 시기의 ‘삼고(三高)’(큰 키, 고소득, 고학력)와 달리, 경기 침체 속에 맞벌이 가구가 주류였던 헤이세이 세대는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하는 것을 전제로 ‘삼평(三平)’(평범한 외모, 평균수입, 평온한 성격)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 이른 결혼으로 연결되기 싶다고 덧붙였다. 우시쿠보는 “이미 연호가 바뀌는 것이 알려져 있어서, 축하 분위기가 있는 것도 원인”이라면서 “시대가 바뀌는 것을 긍정적으로 포착하려는 기운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