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키나와(沖繩)현을 대표하는 증류식 소주 ‘아와모리’(泡盛)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한국이나 미국 등 해외 판로를 개척해 최근 부진한 국내 출하량을 보완하겠다는 것이지만, 오키나와의 ‘기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19년도 예산 요구안에 아와모리의 해외판로 개척지원비로 전년도 예산의 3배를 넘는 1억12000만엔을 계상했다. 이르면 내년 여름 오키나와의 주조·판매업자들에게 위탁해 한·미의 식문화나 판매에 적합한 술병 크기 등을 조사할 생각이다.
아와모리는 2000년대 초반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2000년)와 NHK 아침드라마 <츄라상>(2001년) 등에 따른 ‘오키나와 붐’에 전국적인 ‘소주 붐’까지 겹치면서 출하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04년 2만7668㎘를 정점으로 13년 연속 감소해 2017년 1만7709㎘까지 떨어졌다. 출하량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오키나와현 내 소비가 젊은이들의 술 기피나 다양한 주류의 등장으로 침체를 겪었다. 지난 봄에는 미야코지마(宮古島)의 아와모리 양조장이 현내에선 30년만에 처음으로 폐업으로 내몰렸다.
이 때문에 출하량의 0.2% 를 차지하는 해외 수출에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 일본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와이나 서부 해안 등 오키나와 이민자가 많은 미국과 소주 문화가 뿌리내린 한국을 발판으로 아와모리의 지명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런 정부의 지원 배경에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문제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키나와에선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의 나고시 헤노코(邊野古)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 정부와 현 측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월30일 기지 이전 반대파인 다마키 데니 지사 당선으로 민의가 표출됐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기지 이전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아와모리 진흥책’은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가 ‘오키나와에 다가서는 자세’를 호소하면서 기지 이전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미군이 통치하던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로 ‘복귀’한 1972년 당시 오키나와의 주세는 본토보다 낮았다. 역대 정부는 주세를 35% 경감하는 조치를 5년마다 연장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은 2017년 5월 주세 경감조치의 연장 기간을 2년으로 단축했다. 당시 기지 이전을 반대하던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지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寬)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성은 내년 5월 만료기간을 맞는 주세 경감조치에 대해 “아와모리의 생산량을 올리기 위해서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오키나와현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당근책으로 동원하면서 기지 이전을 강행하려 해왔다. 이번 아와모리 진흥책도 이런 ‘당근’의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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