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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징용피해자 변호인들 ‘문전박대’한 신일철주금

 ·면담 거부한 채 경비직원 시켜 입장 밝혀


 강제징용 피해자측 변호인들이 12일 일본 도쿄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본사를 찾았다. 지난달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행방법을 협의하자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신일철주금 측은 면담 자체를 거부한 채 사실상 이들을 문전박대했다. 변호인들은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 압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강제징용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번 소송의 원고 중 이미 고인이 된 세 명의 영정 사진과 이춘식씨(93)의 사진, 그리고 요청서를 들고 신일철주금 본사 건물에 들어갔다.
 하지만 건물 2층에 있는 본사 로비에서부터 경비원들에 막혔다. 신일철주금 측 담당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대신 건물 경비를 맡고 있는 용역회사 직원이 신일철주금이 사전에 알려준 입장을 읽어내려갔다. 신일철주금 측은 “이번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과 일본 정부의 견해와 반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매우 유감이다.  외교교섭 상황을 지켜보겠다”라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변호인들은 “신일철주금 측의 책임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와서 요청서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 용역회사 측은 “데스크에 놓고가라. 맡아놓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이를 신일철주금 측에 전달할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결국 변호인 등은 신일철주금 직원과 면담하지 못하고 요청서도 전달하지 못한 채 30분만에 건물을 나왔다.
 임재성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이 사안이 민감하고 일본 정부가 반대한다는 건 알지만 이런 법은 없다”며 “이렇게 큰 건물을 만드는 데 원고의 젊은 시절 고생과 희생이 있었다. 최소한 이 사람들(원고들)의 목소리라면 (요청서를) 받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판결 당사자 한쪽이 논의를 하자고 찾아왔는데 한발자국도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전달하고 어떤 협의나 논의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수준이나 격에 맞지 않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이번에 대화가 잘되면 피해자 포괄 협상까지 나아가려고 했지만 (신일철주금은) 협의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면서 “사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한국 내 신일철주금 재산의 압류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PNR 주식을 대상으로 거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추가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신일철주금에게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신일철주금은 일본 정부의 ‘배상·화해 불가’ 방침을 사실상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관련 소송의 대상이 된 일본 기업과는 평소 긴밀한 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