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처음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해결이 끝났다는 그간 일본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징용 피해자의 목소리에는 눈을 감은 채 “폭거” 등의 표현으로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중의원 인터넷심의중계시스템과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지난 14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에 징용 피해자 4인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대법 판결과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일본공산당 고쿠타 게이지(谷田惠二) 의원이 청구권 협정 제2조와 관련해 1991년 8월27일 당시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외무성 조약국장이 “개인의 청구권이 국내법적 의미에서 소멸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던 점을 거론하자 고노 외무상은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아카하타는 이에 대해 “대법 판결을 두고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한다”라고 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입장이 근본부터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고노 외무상은 다만 “개인 청구권을 포함한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이 끝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청구권 협정 2조에선 양 국민간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고, 청구권에 대해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면서 “청구권은 법적으로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고쿠타 의원은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가 요구한 것은 미지급 임금의 청구가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일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과 직결된 일본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노동에 대한 위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나이 조약국장이 1992년 3월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멸한 한국인의 ‘재산, 권리 및 이익’ 가운데 “소위 위자료가 들어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들면서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미카미 마사히로(三上正裕) 외무성 국제법국장은 “야나이 (전) 국장의 답변을 부정할 생각이 없다”, “(개인청권) 권리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고쿠타 의원은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라면서 “한일 쌍방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한다는 입장에서 냉정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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