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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일본의 도넘은 강경 대응...출구 안 보이는 강제징용 배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더니 “폭거”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한국 정부를 전방위 압박해 이번 판결의 여파를 ‘싹’부터 자르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인권 침해 사실과 책임에 대한 자각 없는 일본의 일방적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전날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간 한·일 양국은 역사·영토 문제 등을 둘러싸고 비판을 주고받아 왔지만, 타국의 사법부 판단에 대해 “폭거”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노 외무상은 “국제사회 안에선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판결”(10월30일), “한국 정부가 100% 책임지고 보상해야”(11월3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4일) 등 발언 강도를 줄곧 높여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날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입법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 룰에 위반된다며 WTO 소위원회 제소 절차인 양자 협의를 한국 정부에 요청할 방침을 밝혔다. 일본 정부의 WTO 제소 방침은 지난 6월부터 결정된 것으로, 강제징용 판결과 연결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타이밍은 우연”이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외교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봉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봉쇄하지 않으면 북한·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파급이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일본 정부는 ICJ 제소 카드 등을 계속 활용해 국제 여론전을 펼치면서 한국 정부의 조기 대응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달 중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각각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징용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피해’를 얘기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맹비난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국민 정서를 더 악화시키고, 한국 정부의 ‘후속 대응’도 강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부는 전날 “최근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문제의 근원은 도외시한 채, 우리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평가를 내리는 등 과잉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일본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변호사 90여명은 지난 5일 공동성명을 통해 “징용공  문제의 본질은 인권 문제”라면서 “일본 정부는 스스로 책임을 자각해 진정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