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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도요타도 손들게 한 '소유'에서 '공유'

 “모든 차를 사용하는 방법을 폭넓게 준비한다. (어떤 서비스를 사용할지) 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의 사토 야스히코(佐藤康彦) 판매담당 전무는 지난 1일 나고야(名古屋)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는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자동차를 자유롭게 골라 탈 수 있는 정액제(서브스크립션) 서비스 ‘긴토( KINTO)’를 내년 초 시작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예컨대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고급차인 ‘렉서스’ 세단을 일정 기간 탄 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꿔 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 정액제 서비스는 BMW나 볼보 등 서구 자동차제조사가 일부 도입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제조사가 도입하는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다.
 도요타는 또 1대의 차를 다수가 이용하는 ‘카 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도쿄(東京) 나카노(中野)구에서 시범 실시한 뒤 내년 2월부터 전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국 도요타 판매점에 비치된 약 4만대의 시승용 차를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언론은 이런 도요타의 움직임을 “자동차 판매모델의 커다란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요타의 등을 떠민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소비 형태 변화다. 일본에선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유’에서 ‘이용’이나 ‘공유’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굳이 왜 차를 사느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차에서 멀어진다’는 뜻의 ‘구루마(車)바나레’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일본자동차공업회 조사 결과 독신으로 차 구입 의사가 있는 이들은 12%에 불과했다. 또  차가 없는 10~20대 응답자 가운데 54%는 차를 구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젊은 층의 차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영향으로 일본에서 신차 판매는 좀체 신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990년에 777만대였던 신차 판매수는 2017년 523만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도요타의 신차 판매수는 250만대에서 163만대로 줄어들었다. 도요타 측은 뭐라도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신차 판매대수가 2025년에는 120만대로 현재보다 30% 가까이 떨어진다고 추산하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도요타로 하여금 ‘신차 판매’라는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도요타의 한 간부는 “기존 사업의 연장만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가 정액제 서비스나 카 셰어링 사업에 나선 것은 우선 차를 타게 하도록 함으로써 사용 차량을 늘려 국내 판매를 떠받치는 한편, 장래에는 차량 구입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의 본격적인 참여로 각 자동차회사의 판매 전략이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닛산자동차와 혼다도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등 부담없이 차를 탈 수 있는 서비스가 강화되는 움직임이다. 
 ‘소유에서 공유로’라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다. 일본에선 의류나 보석류, 가구, 가전를 대여하는 서비스가 잇따르고 있다. 대형 신사복업체인 ‘아오키’는 지난 4월 정액제 신사복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신규등록자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바람에 지난 9월 등록을 일시 중지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