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넷 우익’(극우 성향 네티즌)은 어떤 사람들로, 어느 정도 존재할까.
지금까지 확고한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던 ‘넷 우익’의 실상을 규명하기 위한 대규모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지금까지 말해져온 넷 우익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배외주의자’의 존재가 떠올랐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가요시 기쿠코(永吉希久子) 도호쿠(東北)대 부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여론조사회사를 통해 도쿄(東京) 도시권에 사는 20~79세 성인 약 7만7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중국에 대한 부정적 태도, 보수적 정치 지향 정도, 인터넷 이용 상황, 전통적 가족관 등을 질문했다.
조사 결과 배외주의적 성향이 있는 이들은 전체의 2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정치적 논의를 하는 이들은 20.2%, 평화헌법 9조 개정 등 보수적 지향이 있는 층은 12.8%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 세 가지가 모두 겹치는 이들을 ‘넷 우익’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배외주의적 언행을 하는 사람 가운데 ‘정치가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찬성’, ‘헌법 9조 개정 찬성’ 등 정치적으로 보수사상을 가진 ‘넷 우익’은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반면 인터넷에서 배외주의적 언행을 하는 이들 가운데 보수사상을 전혀 가지지 않은 층도 3.0%였다. 연구팀은 ‘온라인 배외주의자’로 규정됐다. 기존에 ‘넷 우익’으로 뭉뚱그려졌던 이들을 ‘넷 우익’과 ‘온라인 배외주의자’로 구분한 셈이다.
‘넷 우익’과 ‘온라인 배외주의자’는 여성 별성(別姓)에 반대하는 등 전통적인 가족관이 강하고, 인터넷상에서 정치적 논의를 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넷 우익은 자신들의 주장이 정치에 닿고 있다는 실감이 있는 반면, 온라인 배외주의자는 ‘국민’의 목소리가 닿고 있지 않다는 불신감이 강했다. 양측은 또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넷 우익이 활자매체를 활용하는 데 비해 온라인 배외주의자는 댓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넷 우익과 달리 온라인 배외주의자가 권위나 매스미디어와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결국 온라인 배외주의자가 일본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생긴 포퓰리즘적 배외주의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요시나가 부교수는 “넷 우익처럼 안보나 헌법, 역사인식에 대해 정리된 사상을 갖는 데는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지만, 혐한(嫌韓), 혐중(嫌中) 등의 배외사상뿐이라면 가볍게 유포가 가능하다”라면서 “온라인 배외주의자가 향후 더 확산을 보이는 것은 아닐지”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에선 넷우익에 소득과 고용 형태가 영향을 준다는 종래의 견해를 뒤집는 경향도 떠올랐다. 아사히신문은 “넷 우익이나 온라인 배외주의자에 경영자와 자영업자가 많은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반드시 저소득층이나 고용불안정층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혼인 상태나 상담 상대의 유무에 의한 영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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