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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손 모자란 일본은 지금…개헌보다 ‘외국인 노동자’

 지난달 24일 소집돼 12월10일까지 열리는 일본 임시국회에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9~31일 중·참의원 대표질문에 이어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쇄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염원하는 ‘개헌’보다도 관심이 더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개정안은 재류자격에 ‘특정기능’을 신설, 단순노동을 포함한 분야에 외국인 수용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특정기능 1호’는 일정한 기능이 필요한 업무로, 단순노동자 수용을 인정하고 있다. 재류기간이 최장 5년이고 가족을 동반할 수는 없다. 숙련된 기능이 필요한 ‘특정기능 2호’는 가족 동반을 인정한다. 재류기간을 갱신할 수 있어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사실상 영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외국인 수용 분야와 인원수 등을 결정해 내년 4월1일 새 제도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고도 전문 인재’로 한정해왔던 취업 목적의 재류자격을 단순노동자에게도 확대키로 한 것은 일손 부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에선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난해말 7484만3915명으로, 20년 전보다 1000만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이나 소매업 등에서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는 심화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0월 현재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127만8000명이다. 2008년 48만6000명에 비해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최대 편의점업체인 세븐일레븐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전체 종업원의 7%인 3만5000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새 재류자격을 설치해 2025년까지 외국인 노동자 50만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건설, 농업, 숙박, 개호(고령자 간호), 조선 등 5개이던 외국인 수용 업종도 어업, 음식료품 제조, 외식, 빌딩 청소 등 14개로 늘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편의점업계 등도 바라고 있어 대상 업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집권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고, 야당 측에서도 졸속 추진에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23~25일 자민당 법무부회에선 “이민으로 연결된다” “사회보장 비용은 어떻게 할거냐” 등 회의론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지난달 30일 개정안을 승인하면서도 “취득요건을 엄격화할 것” “3년 뒤 개정”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산업 현장의 아우성 때문에 외국인 수용 확대로 방향을 잡았지만,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26~28일 18세 이상 유권자 108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노동자 수용 범위를 단순노동 분야로 확대하는 방침에 대해선 찬성이 51%, 반대는 39%였다. 반면 이민 수용에 대해선 찬성 43%, 반대 44%로 조사됐다.
 야당에선 “상세한 제도설계가 부족한 모호한 법안”(다마키 유지로 국민민주당 대표),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국제사회가 인권을 문제삼을 수 있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31일 대표질문에 나선 여야 의원 7명 가운데 6명도 개정안에 대해 질의했다. 아베 총리는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사실상 ‘숨겨진 이민대국’이면서도 “이민정책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을 값싼 ‘단순노동력’으로만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외국인노동자들의 생활이나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에게 사실상 맡겨 왔다. 당장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고 싶다고만 생각할 뿐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민이 아니다’라면서 정주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외국인들을 눈 앞에 두고도 직시하지 않고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