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의 한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인 흰코뿔소가 밀렵꾼들에게 도륙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암시장에서 비싸게 팔리는 코뿔소 뿔을 노린 밀렵꾼들의 마수(魔手)가 야생 코뿔소로도 모자라 동물원에까지 뻗쳐온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아침 파리 서부에 있는 투아리 동물원에서 우리 안에 있던 4살 된 수컷 흰코뿔소 뱅스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뱅스는 머리에 총알 세 발을 맞았으며, 뿔 하나가 잘려져 있었다. 나머지 뿔 하나도 잘라내다가 만 상태로 남겨진 채였다.
현지 경찰은 밀렵꾼들이 두 번째 뿔을 자르려고 하다가 장비가 고장났거나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중간에 그만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밀렵꾼들은 전날 밤 코뿔소 우리에 가까운 동물원 후문 안전망을 뚫고 들어와 잠겨있는 두 개의 문까지 통과해 코뿔소 우리로 침임했다. 우리 안에는 뱅스 외에 37살짜리 그라시와 5살짜리 브루노 등 코뿔소 두 마리가 더 있었지만, 다행히 ‘학살’을 피했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사건 현장은 이날 오전 뱅스와 누구보다 애착관계를 가졌던 사육사가 발견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5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고 감시카메라도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동물원 전직 직원은 “유럽의 동물원들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어, 이런 곳에 침입하려면 3.5m의 울타리를 타고 올라와 자물쇠가 채워진 문을 통과해야 한다. 무게가 수t인 코뿔소를 이처럼 죽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흰코뿔소는 멸종위기종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간다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 2만1000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뿔소 뿔은 아시아에서 정력제로 팔리면서 지난 수 년 사이 밀렵이 증가하고 있다. 밀렵꾼이 동물원에 있는 코뿔소까지 노린 것은 유럽에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투아리 동물원 측은 “유럽에서 코뿔소 뿔의 절도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동물원에 침입해 코뿔소를 공격하는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불소의 뿔은 암시장에서 ㎏당 6만달러(약 6900만원)에 팔린다. 이 때문에 야생에서는 매달 100마리씩 밀렵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와 아시아 사이에는 불법으로 밀렵된 코뿔소 뿔을 거레하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짐바브웨 정부 당국은 코뿔소 뿔을 노린 밀렵 행위를 막기 위해 성인 코뿔소 700마리의 뿔을 제거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뱅스는 유럽 동물원의 번식 프로그램으로 태어난 250마리의 코뿔소 중 한 마리다. 2012년 네덜란드 동물원에서 태어나 2015년 브루노와 함께 투아리 동물원으로 왔다.
투아리 동물원은 차량으로 탐험하는 사파리 공원으로 유명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이번 일을 “야만적인 행위”라고 부르면서 충격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상아와 뿔의 거래를 법으로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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