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의 젊은 정치인이 극우 포퓰리즘 바람으로부터 네덜란드, 나아가 유럽을 지켜낼 진보주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둔 네덜란드의 예시 클라버 녹색좌파당 대표(30) 얘기다.
클라버가 이끄는 녹색당은 다른 두 정당과 함께 극우 포퓰리스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54)의 자유당과 집권 자유민주당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녹색좌파당은 지지율이 11%로, 각각 16%대인 자유당과 자유민주당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빌더르스의 자유당이 주춤하고 있는 데 비해 녹색좌파당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1998년 4개 정당이 연합해 만든 녹색좌파당은 의석 11석이 최대 성적표였고 지난 2012년 총선에선 4석을 얻은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하원 150석 가운데 17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 클라버가 있다. 스무살 무렵부터 당 청년단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 이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23세 때인 2010년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2015년부터 당 대표를 맡고 있다. 준수한 외모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희망과 변화”, “공감”을 역설한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클라버는 정치 색깔이나 개인적인 면모 모두에서 ‘네덜란드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빌더르스의 대척점에 서 있다. 클라버는 모로코계 아버지와 네덜란드·인도네시아 혼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빌더르스는 모로코인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반이민·반무슬림 행보를 보여왔다. 반면 클라버는 더이상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안 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클라버는 “빌더르스처럼 상대방에게 날을 세우는 정치인들에 싫증난 이들이 많다”면서 “우리는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는 28개 정당이 후보자를 냈다. 그 중 7개 정당이 최소 1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4~5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해왔다. 대부분의 정당들이 극우 자유당과의 연정 구성을 거부하고 있어,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정치지형상 클라버가 차기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총선은 4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 등 올해 예정된 유럽연합(EU) 국가 선거의 판세를 내다볼 바로미터로 주목받는다. 클라버의 어깨 위에 극우 포퓰리즘 광풍에 안절부절하는 유럽 좌파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셈이다. 유럽을 휩쓰는 극우 정당 바람은 북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반이민 극우파 스웨덴민주당은 2014년 총선에서 13%를 득표해 제 3당으로 도약했고, 지난해에는 한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덴마크인민당은 2015년 총선에서 사민당에 이어 제2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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