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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여기 점심값이 얼마인 줄 알아?”...도쿄 ‘1등지’ 미나미아오야마에 무슨 일이

 

 “이 동네 점심값이 얼마 하는 줄 알아요? ”
 일본 도쿄 미나토(港)구 미나미아오야마(南靑山). 명품 브랜드 가게가 즐비한 오모테산도(表參道)에서 가까운 고급 주택지다. 도쿄 도심의 ‘일등지(一等地)’로 꼽히는 이곳에서 최근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나토구가 아동상담소 등이 입주할 복합시설을 개설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 “분위기 망친다” 등의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면서다.
 2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2021년 개설 계획인 시설에는 아동상담소를 비롯해 학대아동이 생활하는 임시보호소나 생활이 곤궁하거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모자(母子)가 사는 모자생활지원시설이 입주하게 된다.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육아지원을 해주는 아동가정지원센터도 갖출 계획이다. 구청 측은 “미나토구에 육아세대가 늘고, 처음 부모가 되는 사람이 많아 육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절한 토지가 미나미아오야마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차분한 주거환경을 망친다” 등의 이유로 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구청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선 “왜 아오야마의 1등지에 그런 시설을 만드나” “보호받을 사람이 살 장소로 맞지 않다” “다마치(田町·미나토구 남쪽 동네) 같은 넓은 곳이 잔뜩 있지 않냐” 등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난무했다.
 한 주민은 “점심값이 1600엔(약 1만6000원)정도인 곳에 왜 부모가 아이를 시설에 데리고 오냐”라면서 “이 동네에선 파 하나를 사도 기노쿠니야(고급 슈퍼)에 가는데 보호받아야할 사람들은 매우 곤궁한 사람 아니냐”라고 말했다. 2017년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미나토구의 1인당 연 평균소득은 1115만엔(1억1300억원)으로 전국 1위다. 이런 지역에 아동삼당소가 어울리냐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아오야마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측은 “다른 토지를 다시 찾았으면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민들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인터넷상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불행한 아동을 멸시하는 동네다” “어른들 마음대로다” “거꾸로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미나이아오야마에선 이런 ‘님비 현상’이 처음이 아니다. 미나토구는 지난 2009년 이 지역에  200평의 토지를 구입, 장애인 그룹홈을 개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도 못 떼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동상담소나 임시보호소 등의 시설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오사카(大阪)시는 2015년 40층 고층아파트 1~3층에 있던 시영 시설을 아동상담소로 바꾸려고 했으나 아파트 주민 과반수의 반대로 계획을 취소했다. 요코하마(橫濱)시에서도 주택가에 임시보호소 건설을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밤에는 아이들의 입·퇴소를 시키지 않는다’ 등의 규정을 정한 뒤 예정보다 반 년 늦게 시설을 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