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면역이 없고, 운이 나빴다고 할까, 그런 블로그를 만나서 믿고 말았습니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에는 50대 여성 ㄱ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ㄱ씨는 차분하고 정중한 말투로 “블로그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부추겼다. 세뇌당했다”고 했다.
ㄱ씨가 말한 블로그는 ‘여명(余命) 삼년 시사일기’라는 익명의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다. 이 블로그는 “조선인은 일본의 암”이라고 주장하면서 ‘재일(在日)’은 불법체류자로 입국관리국에 통보할 것, ‘반일(反日)’은 외환(外患) 유치죄 등으로 경찰에 고발할 것, 조선학교 보조금 중단에 반대하는 변호사회 회장 성명에 찬성한 변호사는 ‘확신적 범죄행위’ 등으로 징계를 청구할 것 등을 촉구해왔다. 이에 지난해 전국 21개 변호사회에는 성명에 찬성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 청구가 13만건이나 쇄도했다.
ㄱ씨는 징계청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블로그에서 말한 대로 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2015년 한 개그맨의 개그 소재가 ‘반일적’이라는 인터넷 글을 보고 검색을 하다가 이 블로그를 만나게 됐다. “일본이 한국·중국과 분쟁 상태가 되면 재일코리안들과 실질적인 게릴라전 상황이 된다”라는 글에 위기감을 느꼈고, 블로그의 ‘지시’를 즐겁게 기다리게 됐다. 블로그 활동비를 보낸 일도 있다.
징계청구에 대해서도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블로그 댓글난에 주소와 성명을 기입하자 지난해 5월과 10월 각각 200매의 고발장과 징계청구서가 왔다. ㄱ씨는 청구서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도장을 찍어 우편으로 보냈다. 그는 “일본을 위하고, 일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듯한 심리상태였다. 다음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지시를 바란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징계청구 대상이 된 변호사들이 업무 방해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두려움을 느꼈고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블로그를 보는 것을 그만뒀다. 그는 징계청구라는 수단은 잘못됐지만, 자신이 차별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더러 차별주의자라고 하면 좀 이해가 안 간다”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ㄱ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지난 7월 만난 김류스케 변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959건의 징계청구 대상이 된 김 변호사는 당시 “두렵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실명으로 차별·혐오 발언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지 않고 ‘일본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고, 당당하게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를 해도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인들에게 존재하는 재일코리안을 배제하려는 감정이 유언비어나 선동에 쉽게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량 징계청구 사건을 두고 95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때 유언비어가 퍼져 조선인 학살이 일어났던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24일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징계를 청구한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계를 청구했던 41세 남성에게 33만엔(약 33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남성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서면으로도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ㄱ씨를 비롯한 청구자들에게 차별을 했다는 의식은 없어 보인다. 일부 청구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에게 ‘사죄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손해배상 청구를 피하기 위한 편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케다 겐타(池田賢太) 변호사는 지난 5월 사죄문을 보낸 이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나한테 사죄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 안에 명확하게 존재하는 ‘차별을 하는 마음’과 마주하고, 차별을 즐기는 것과 결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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