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일본 정치

‘오키나와 반란’에 3연임 초장부터 잡친 아베 총리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는 지난달 30일 밤 자민당 간부에게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오키나와(沖繩)현 지사 선거에서 여당 측 후보가 패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키나와지사 선거에선 지난 8월 별세한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지사의 유지를 받들어 미군 기지의 헤노코(邊野古) 이전 반대를 내세웠던 다마키(玉城) 데니 전 중의원 의원이 39만6632표를 획득, 정부·여당이 전면 지원한 사키마 아쓰시(佐喜眞淳) 전 기노완(宜野彎) 시장(31만6458표)을 눌렀다. “헤노코 이전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밀어붙여온 아베 정권에 대해 이 지역 민심은 명백하게 ‘노(No)’라고 답한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자민당 총재 3연임 직후 아베 총리가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2일 개각을 실시, ‘제4기 아베 내각’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오키나와의 반란’에 ‘초장’부터 분위기를 잡친 모양새다.
 이번 선거는 3연임 이후 아베 정권 순항의 ‘시금석’이었다. 아베 정권은 이번 선거를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자리매김하고 ‘총력전’을 전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이례적으로 3차례나 현지를 찾기도 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자유투표였던 앞선 지사 선거 때와 달리 모체단체인 창가학회를 통해 전면 지원에 나서는 등 “이 이상 없는 선거전”(자민당 간부)을 펼쳤다. 그런 만큼 이번 패배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아베 총리로선 총재 선거에서의 ‘압승 시나리오’가 뒤틀린 데 이어 설상가상의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앞서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는 국회의원표에 더해 지방표에서도 압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지방표에서 예상을 웃도는 45%를 얻는 선전을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오키나와 지사 선거까지 패했다. “지방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불만이 표면화한 것”(도쿄신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얼굴’인 아베 총리의 구심력 저하는 물론, ‘개헌 시나리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베 총리가 지방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은 지방선거는 물론, 지방의 ‘1인 선거구’가 승패를 좌우하는 참의원 선거의 ‘불안 요소’다. 자민당 간부는 아사히에 “아베 총리 아래 참의원 선거를 어떻게 싸울 것인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명당 간부도 “개헌할 상황이 아니다. 이대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진다”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당 개헌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충분한 이해를 얻지 않은 채 강행하려는 데 대한 비판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는 위기감이 정권 내에서도 나온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2일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관방장관, 니카이도 간사장 등을 유임시켜 ‘주류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노코 이전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사 강행에 대한 비판이 증폭될 것이 분명한 만큼 정권 운영에 커다란 불씨가 될 것이라고 아사히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