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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정치

아베 총리, 자민당 총재 3연임...“드디어 개헌 매진할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64) 일본 총리가 19일 집권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했다. 원칙적으로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게 돼 ‘최장수 총리’ 등극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면서 집권기반을 굳히게 된 아베 총리는 숙원인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작업에 매진하고 군비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자민당 본부에서 실시된 총재선거에서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1) 전 간사장을 누르고 3연임을 달성했다.
 아베 총리의 총재 임기(3년) 만료로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는 당 소속 중·참 양원 국회의원 405표와 지방 당원 405표로 구성된 전체 808표 가운데 553표(68.3%)를 얻었다. 국회의원표에선 329표를, 당원표에선 224표를 획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 73표, 당원 181표 등 254표로, 당초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거두면서 ‘포스트 아베’의 싹을 남기게 됐다.  
 총재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8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의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2798일)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내년 11월엔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의 기록(2886일)를 깨고 역대 최장기 재임 총리가 된다.
 그의 총재 3연임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소속 파벌이자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를 비롯해 아소·니카이·기시다·이시하라파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국회의원표의 80%를 확보하면서 선거 초반부터 압도적 우위를 지켜왔다. 전국 선거 5연승 등 대안부재론과 경제와 외교 성과가 먹혀들었다. 특히 사상 최저의 실업률 등 경제 상황의 호전이 순풍으로 작용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정직·공정’을 내세우면서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의 부작용 해소를 주장했지만 상황을 뒤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베 총리는 전형적인 세습 정치인이다. A급 전범 출신으로 ‘쇼와(昭和)의 요괴’로 불렸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가 외조부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도 외무상을 지냈다. 그의 정치적 사고는 외조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 갑작스럽게 작고한 아버지의 선거구를 물려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2006년 9월 전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으나, 1년 뒤 참의원 선거 패배와 건강 등을 이유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2년 9월 이시바 전 간사장을 누르고 총재에 당선, 그해 12월 민주당에게 정권을 탈환하면서 총리직에 복귀했다. 2015년에는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로 연임했다. 지난해 자민당은 총재 3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고, 아베 총리가 이날 3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굳히게 됐다.
 3연임 달성으로 ‘아베 1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모리모토·가케학원 문제 등 각종 스캔들을 덮고, 당분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장기 집권으로 외교와 경제 정책에서 지속성을 확보하게 된 것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당원표에서 목표치로 잡았던 55%를 겨우 넘으면서 정치권과 국민 여론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정치 경쟁이 부재하면서 민주주의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압승을 발판 삼아 ‘아베가 3대’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전권과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한 평화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도 “드디어 여러분과 함께 헌법 개정에 매진하고 싶다”고 개헌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도 “선거 결과 든든한 지지를 얻었다”며 “결과가 나온 이상 모두 일치해 나가야 한다. 폭넓은 합의를 얻을 수 있도록 대응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미·일 동맹 강화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통한 군비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개헌을 실현하기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데다 내년 4월말엔 일왕의 퇴·즉위식이 있다.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퇴진으로 몰릴 위험성도 감수해야 한다.
 ‘아베노믹스’의 연착륙과 재정 재건도 과제다. 일본은행은 2025년까지 기초재정수지 흑자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의 대대적인 금융완화가 한계에 직면할 경우 재정 재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