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의 200표가 선거 후를 가를 승부 라인이다.’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이틀 앞둔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맞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득표수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아베 총리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민심’을 반영하는 지방 당원표를 어느 정도 얻을지가 3연임 이후 아베 총리의 구심력은 물론, ‘포스트 아베’ 구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표 각각 405표를 합한 810표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 진영은 전체표의 25%인 200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하는 국회의원표는 50표 정도로 파악된다. 200표를 확보하기 위해선 당원표 전체의 37%인 150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시바 진영은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포스트 아베’의 유력후보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라인’을 200표로 보고 있다.
선례가 있다. 2007년 총재 선거에서 아소((麻生)파 이외의 전 파벌로부터 지지를 얻었던 후쿠다 야쓰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 당선됐다. 하지만 당시 의원수가 20명도 되지 않았던 아소파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197표를 얻었다. 전체의 37%를 차지한 득표율은 그가 이듬해 총리 자리를 거머쥐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이번 선거에서 200표를 넘게 얻어 차기 총재 자리를 위한 ‘싹’을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대로 200표를 얻지 못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 이외의 ‘포스트 아베’ 후보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당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 진영에서도 이런 구상을 신경쓰고 있다. 일단 이시바 전 간사장의 250표 획득을 총력 저지 라인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200표’를 내주지 않는 70%(284표)를 얻을 수 있는지가 향후 구심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진영에선 당원표의 70%를 얻지 못하면 ‘이사바 200표’가 현실성을 띠게 되고, 55%를 밑돌면 이시바 전 간사장이 250표를 넘게 득표하는 사태도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회의원표의 80%를 얻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당원표를 어느 정도 얻어야 ‘압승’으로 간주될지다. 총리 진영 내에선 70%가 목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5년전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획득한 당원표 55%를 넘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당원표 55%를 달성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전체 250표를 넘게 득표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는 동시에,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가 나와 ‘압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는 피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국회의원표에서 80%를 확보한 아베 총리가 당원표에서 60%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목소리와 국민에 가까운 일반 당원의 목소리가 괴리돼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내년 지방선거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얼굴’로서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총리 진영은 광역자치단체별로 책임 의원을 정해, 비서들을 동원해 지방당원에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다.
실제 아베 총리 진영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득표전에선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TV가 지난 15~16일 자민당 당원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51%, 이시바 전 간사장은 41%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이 14~16일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총리는 51%, 이시바 전 간사장은 36%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투표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표는 물론, 250표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3연임은 따논 당상’인 아베 총리 측으로선 가장 찜찜한 결과표를 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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