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예방하고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제는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서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주 방북한 후 얼마 시간을 두지 않고 일본을 방문해 회담 내용을 설명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한·일 관계가 그만큼 긴밀하게 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서 원장은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베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 회동이 40분 간 진행됐다.
서 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을 통해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는데, 이제는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강력한 의지를 말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아베 총리에게 ‘지금 북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가 그동안 약간 굴곡을 겪다가 이제 분위기가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여기에 북·일 관계까지 병행해서 조화롭게 진행된다면 여러 문제가 해결되는데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며 “이에 대해 아베 총리도 공감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방북 기간 북한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필요한 논의는 북한과 했다”면서 “북한과 북·일 관계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일 관계가 다시 열리고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할 수 있는 기여는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서 원장이 한·일 양국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면서, 김 위원장이 재확인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이 재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안과 곧 있을 남북 정상회담의 준비 동향과 전망 등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남북 및 미·북 정상간 소통이 이뤄지는 가운데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제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서 원장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어업협상의 진전을 위한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서 원장은 또 아베 총리에게 “최근 일본에 지진과 태풍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국민들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을 대표해 문 대통령의 위로 말씀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고 서 원장은 전했다.
이날 아베 총리와 서 원장 접견에는 한국 측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 신재현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일본 측에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실 국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 등이 배석했다. 아베 총리와 일본 측 배석 인사들은 서 원장의 설명을 들은 뒤 “오늘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앞으로도 관련 소통과 협력을 더욱 긴밀하게 해나가자”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서 원장은 지난 3월 방북 직후 일본에 와서 아베 총리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도 아베 총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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