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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해외전문가 인터뷰]이종원 와세다대 교수 “남북 정상의 ‘보따리’가 미국 요구 맞출 지가 관건”

 이종원 와세다(早稻田)대 교수(65·사진)는 20일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교착 상태인 북·미 교섭을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이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례없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얘기하고 핵 폐기 자세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달 말부터 시작될 북·미 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둘러싼 교섭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 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으로부터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끌어내면서 북·미 재교섭의 토대가 됐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자세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 핵 무기에 대한 구체적인 포기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 후) 아직 풀지 않은 ‘보따리’를 가지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설명·협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낼 지가 포인트다.”
 -미국이 즉각 협상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예상보다 빠르다. 김 위원장의 진의가 한국 특사단을 통해 미국에 전달되고 남북 정상 간 논의도 미국과 실시간 공유된 결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힌 게 계기인 것 같다. 핵 실험장이나 엔진 실험장의 폐쇄는 가장 낮은 수준의 신뢰 양성 조치인데 비해 핵 시설 폐기는 생산 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으로 핵 폐기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의 제 1단계다. 미국의 요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진일보한 것이다. 미국도 이를 핵 폐기로 가는 실질적인 첫 과정으로 평가하고, 비핵화와 함께 북이 요구해온 평화체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자고 화답한 것이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어떤 수준인지도 초점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은.
 “연내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위원장도 올해 안에 뭔가 전환을 원하는 것 같다. 서울 방문을 약속하는 등 예전에 없던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북·미 재협상의 관건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핵 폐기 로드맵을 만들 수 있느냐다. 북한도 총론으로는 말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판단도 있다. 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끌고갈 수 있을 지다. 미국 내에 신중론이 워낙 많고,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과정에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백악관 자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인 게 불안 변수다. 앞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금방 할 수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안됐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남북관계만 앞서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공표되지 않은 것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필연적인 것 같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런 비판이 많았지만, 그때부터 남·북·미 간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세트로 해서 (협상이) 진행됐다. 이제 제 2라운드로,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낙관할 수만은 없지만 수면 밑에서 공유되는 부분이 가시화되면 상황이 급격히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