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6.7 강진에 295만 가구 전체가 정전...'암흑천지' 홋카이도

 제21호 태풍 ‘제비’가 할퀴고 간 일본 열도를 이번엔 강력한 지진이 덮쳤다. 대규모 산사태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홋카이도 전 지역 가구가 정전되는 초유의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도 발생했다.
 6일 새벽 3시8분쯤 일본 북단 홋카이도(北海道) 남부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진으로 홋카이도 아쓰마(厚眞)정에서 진도 7의 진동이 관측됐다. 홋카이도에서 진도 7의 지진은 처음으로, 일본에선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 이후 2년 만이다.
 또 아비라(安平)정에서 진도 6강(强), 삿포로(札晃)시 기타(北)구 등에서 진도 5강을 비롯, 바다 건너 아오모리(靑森)현 등지에서도 흔들림이 관측됐다. 이날 새벽 지진 이후 60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대규모 산사태와 가옥 붕괴가 잇따르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NHK는 “오후 8시 현재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심폐정지”라면서 “31명의 안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약 3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진도 7의 지진이 강타한 아쓰마정에서 2㎞에 걸쳐 산의 경사면이 무너지면서 건물 여러 채가 붕괴하고, 도로가 매몰됐다. 헬기에서 촬영한 화면에는 곳곳에 산의 표면이 벗겨지면서 움푹움푹 구멍난 듯한 모습이 펼쳐졌다. 아쓰마정에선 토사가 주택을 삼키면서 31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타구 등 삿포로 시내에서도 도로가 갈라지거나 건물이 기울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고, 100명 가까이가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이런 강한 지진은 처음이다”  “밖으로 나가보니 옆집이 산사태로 도로까지 밀려나 나무가 집을 뚫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지진으로 홋카이도 전 지역 295만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홋카이도 전체가 한꺼번에 정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도내 전력의 절반을 담당하는 도마토아쓰마화력발전소가 지진 피해로 긴급 정지되면서 전력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하자, 다른 화력발전소도 연쇄적으로 정지하면서 홋카이도 전역이 암흑으로 변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일어난 정전으로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도심에선 신호등이 먹통이 되면서 일부 교차점에선 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을 유도했다. 일부 병원에선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해 중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외래 환자는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후 화력발전소 1곳이 재가동되면서 일부 지역에 전기가 들어왔지만, 저녁이 되면서 삿포로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이 다시 짙은 어둠에 싸였다. 홋카이도전력은 수력발전소 4곳과 본섬 등으로부터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지만, 도마토아쓰마화력발전소 복구를 통해 전기 공급을 완전 정상화하는 데는 1주일일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열차·항공편도 전부 취소됐다. 정전으로 신칸센(新幹線)을 포함한 열차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운행 재개 시기는 불투명하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歲)공항도 건물 천장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공항 측은 국내·국제선 터미널을 모두 폐쇄했고, 모든 항공편이 결항됐다.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6강 정도의 지진에 충분히 주의해 달라”면서 “특히 2~3일 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홋카이도 강진으로 인한 한국 교민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4일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활주로 등이 침수되면서 폐쇄된 간사이(關西)공항이 7일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