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55년 간 이어온 ‘슈카쓰(就活·취업활동) 룰’ 존폐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이 갑자기 폐지를 시사하면서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나카니시 회장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게이단렌이 채용 일정에 관해 지시하는 것 자체에 지극히 위화감이 있다”면서 “2021년 봄 입사 대상자에 대해 지침도, 기준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단렌은 회원기업 1400여개사에게 ‘채용 전형에 관한 지침’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지침은 2020년 봄 입사까지를 기준으로 채용설명회는 대학생 3년생을 대상으로 3월, 면접은 4년생을 대상으로 6월에 각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게이단렌이 지침 폐지를 단행하면 1953년 기업·대학간 ‘취업협정’에서 시작된 ‘슈카쓰 룰’이 없어지게 된다.
게이단렌이 돌연 슈카쓰 룰 폐지를 꺼내든 배경에는 자유로운 채용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의 대부분은 대학 졸업생을 같은 시기에 채용, 함께 승진시키는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게이단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에선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식 고용관행’을 유지해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토로해왔다. 이미 세계적인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인재들은 중국 기업 등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도 수시 채용을 빨리 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슈카쓰 룰’이 이미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이단렌에 참가하고 있지 않은 IT나 외국계 기업은 ‘슈카츠 룰’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게이단렌 회원기업들 사이에선 “입도선매로 우수한 학생을 뺏기고 있다”는 불만도 강하다. 사전에 학생과 접촉해 사실상 조기 채용을 하는 기업도 많다.
다만 대학 등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폐기 결정까지는 정부·대학과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측에선 ‘슈카쓰 룰’이 없어질 경우 학생의 학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채용 면접이 조기에 실시되면 대학 3년생 때부터 취업 준비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 기업만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면서 격차가 확대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슈카쓰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밤 도쿄 도내에서 열린 자민당 모임에서 “학생의 본분인 공부보다 취업활동이 빨라지는 것은 역시 이상하다”면서 “채용활동은 6월 개시라는 규칙을 착실히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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