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가 7일 고시되면서 공식 선거전에 들어갔다. 사실상 차기 총리를 뽑는 이번 선거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아베 총리가 어느 선까지 ‘압승’할 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발판삼아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일지도 주목된다.
■당원표 행방이 ‘3연임 이후’ 가른다
자민당은 이날 총재 선거를 고시했다. 13일간의 선거전을 거쳐 20일 투·개표가 실시된다. 다만 지난 6일 홋카이도(北海道) 지진 피해를 감안해 이날은 후보 등록만 받고 기자회견, 거리연설 등 선거활동은 10일부터 시작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만큼 중·참의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사실상 총리를 뽑는 자리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간 1 대 1 대결이다. 이미 승부는 정해졌다.
선거는 소속 의원(405표)과 당원 투표(405표)로 진행된다. 아베 총리는 소속 파벌이자 당내 최대인 호소다파(94명), 아소파(59명), 기시다파(48명), 니카이파(44명)를 비롯해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의원의 80% 가까이가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당원 표심도 아베 총리로 쏠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은 것은 아베 총리가 얼마만큼 당원표를 얻을 수 있을지다. 당원표에서도 압승을 거둬야만 총리 3연임 이후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고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표에 비해 당원 표를 많이 획득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 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얼굴이 될 수 있냐”는 동요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가 염원하는 개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베 총리 측에선 당원표의 70% 획득을 목표하고 있으나, 압승으로 확실히 인정받기 위해선 국회의원 표와 비슷한 수준을 얻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와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방 방문을 이어가면서 ‘당원표 쟁탈’에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총리는 태풍 ‘제비’가 서일본 지역을 강타한 다음날인 지난 5일 곧바로 니가타(新潟)현을 방문했다. 6년 전 총재 선거에선 당원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40개 광역자치단체에서 1위에 올라 300표 중 165표를 얻어 87표의 아베 총리를 압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당원수는 2017년말 106만8560명이다. 당원들은 10일에 발송되는 엽서에 후보자명을 적어 반송하거나 당이 설치한 투표소에서 투표한다. 투표는 19일까지지만 사나흘이면 투표한 엽서 대부분 반송되기 때문에 사실상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된다.
■총재 선거 ‘압승’으로 개헌 속도 내나
아베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승리, 총재 3연임에 성공하면 최장 3년을 더 집권할 수 있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가 갖고 있는 전후 ‘최장수 총리’(재임일 2798일) 자리도 넘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7일 현재 연속 재직일수가 2082일로 역대 3번째 장수 총리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압승을 거두게 되면 ‘아베 1강’ 체제는 물론 개헌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아베 총리 측에선 선거 압승을 통해 개헌이 여론 지지를 얻었다는 논리를 펴면서 모리모토·가케학원 스캔들 등으로 주춤했던 개헌론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아베 총리는 총재 선거 전부터 개헌 군불을 때고 있다. 지난달 12일 “언제까지 논의만 계속해서는 안된다. 당의 헌법개정안을 다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수 차례 개헌론을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개헌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도 내비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맹우’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는 지난달 27일 “2019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제언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를 두고 아소 부총리가 총리 측과 사전 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자민당은 이미 전쟁 포기와 교전권 부인을 담은 헌법 9조 1·2항은 그대로 두되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하자는 아베 총리의 안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당 개헌안을 마련했다.
다만 개헌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개헌원안을 국회에 제출해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출석의원 과반수 찬성), 본회의(3분 2 이상 찬성)를 통과한 뒤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다. 발의로부터 60~180일 간 운동기간을 거쳐 국민투표(과반수 찬성)를 실시하게 된다. 새 헌법이 공포를 거쳐 시행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아베 총리가 내건 ‘2020년 새 헌법’ 시행을 위해선 그렇게 여유가 없다. 아베 총리 측은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당 개헌안을 제출한 뒤 내년 정기국회의에서 발의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아예 이번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발휘하는 속도전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대로 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년 4월30일에는 현 일왕의 퇴위가 있고, 5월1일에는 새 일왕의 즉위가 있다. 이 시기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운동이 겹쳐 개헌을 둘러싼 여론이 양분될 경우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층이 반발할 우려도 있다. 야당은 물론, 개헌에 소극적인 연립여당 공명당을 개헌 흐름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과제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더 많은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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