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을 재현한 안드로이드에게 어떤 행위까지 시킬 수 있을까?’
지난 26일 도쿄(東京) 지요다구(千代田)구에 있는 니쇼가쿠샤(二松學舍)대학에서 이런 주제를 논의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니쇼가쿠샤대는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어린 시절 공부했던 사숙(私塾)을 뿌리로 두는 곳이다. 2016년 오사카(大阪)대와 함께 ‘소세키 안드로이드’를 제작, 강의 등에 활용해왔다. 소세키의 사진과 데스마스크를 활용해 얼굴과 체형을 재현했고, 소세키의 손자인 나쓰메 후사노스케(夏目房之介) 가쿠슈인(學習院)대 교수의 음성으로 인공음성을 만들었다.
반면 역사적 인물을 재현한 안드로이드에게 다양한 행위를 시키는 게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인격권 문제’가 논점이 됐다. ‘소세키 안드로이드’가 강의에 나설 때 의자에 앉은 상태로 운반되는 것을 두고 “소세키가 만년에 휠체어를 탄 사실이 없다. 소세키의 존엄에 관계된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위인 안드로이드’의 기본 원칙을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선 먼저 ‘소세키 안드로이드’가 배우로 등장하는 연극이 최초로 무대에 올랐다. 소세키와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우정을 그린 연극 ‘편지’. ‘소세키 안드로이드’가 소세키를 연기하고, 여성 배우가 시키 역을 맡았다.
연출자인 히라타 오리자는 NHK에 “소세키 안드로이드가 시키의 이름을 부를 때 관객은 여성 배우를 시키라고 느낀다”며 “시키 역을 여성이 연기해도 괜찮은 반면, 안드로이드는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히라타는 지금까지 안드로이드가 출연하는 연극을 제작하면서 “인간다움은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계속해왔다.
이어진 심포지엄에선 다양한 주장들이 나왔다.
일본의 안드로이드 연구 1인자인 이시구로 히로시(石黑浩) 오사카대 교수는 “안드로이는 직접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고인·유족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행위나 발언은 허구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히라타는 “아티스트로서는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한다.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니쇼가쿠샤대에선 향후 논의를 거듭한 뒤 소세키 안드로이드를 이용할 때의 기본 원칙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사람이 접하는 것을 상정해 인권을 배려한 언동 필요 △전기(傳記)적 사실과 다른 발언 금지 △현재 사건에 깊이 파고드는 발언 피함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NHK는 “소세키 안드로이드는 기술의 진보와 ‘인격권’의 조화라는 귀중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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