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부 야마구치(山口)현에서 2살짜리 남자 아이가 실종 68시간 만에 무사히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찰과 소방대도 찾지 못했던 아이를 수색 30분 만에 발견한 건 바다 건너 오이타(大分)에서 달려온 70대 후반의 ‘자원봉사자’였다.
1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마구치(山口)현 스오오시마(周防大島)정의 야산 골짜기에서 후지모토 요시키가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쯤 발견됐다. 행방불명된 지 68시간 만이었다.
후지모토가 행방불명된 것은 2세 생일을 앞둔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쯤이었다.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증조할아버지 집을 찾았던 후지모토는 이날 할아버지, 형과 함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를 향해 100m 정도 걸어가던 후지모토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혼자 증조할아버지 집 쪽으로 향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경찰과 소방대원 550여명이 동원돼 수색 작업을 이어갔지만 행방을 찾지 못했다. 후지모토가 발견된 장소도 훑어봤다고 한다.
후지모토를 발견한 사람은 오이타(大分)현 히지(日出)정에서 뉴스를 듣고 달려온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78)였다. 그는 15일 오전 6시 산 쪽으로 올라가 아이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러자 “아저씨 나 여기”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려가보니 진흙투성이의 긴 소매 상의에 맨발을 한 후지모토가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오바타는 “‘잘 참았네’라고 아이에게 사탕을 줬더니 와삭와삭 깨먹더라”고 전했다.
후지모토가 발견된 곳은 증조할아버지 댁에서 북동쪽으로 550m 떨어진 곳이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으로, 밤이 되면 사방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다. 이런 곳에서 2살짜리 아이가 사흘 밤을 지낸 것이다. 후지모토는 몸에 긁힌 자국이나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었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모토의 모친은 “솔직히 살아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슴이 벅차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후지모토를 발견한 오바타는 재해 지역 등에서 활동해온 ‘베테랑’ 자원봉사자였다. 생선가게를 하다 65세 때 그만두고 소형 짐차를 몰고 전국 각지를 돌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유품을 찾는 작업을 했고,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때도 현장에서 활동했다. 오바타는 “학력도 없고, 아무 것도 없지만 남은 인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호우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가 잠시 귀가했다 뉴스를 듣고 혼자 소형 짐차를 몰고와 수색에 참가했다.
이번에 아이를 수색 30분 만에 발견한 것은 과거 실종자 수색 때의 경험과 ‘감’이 작용했다. 그는 2년 전 오이타현에서 2세 여아가 실종됐을 때 다른 자원봉사자가 경찰의 수색 지역이 아닌 산길을 올라가 절벽 아래에서 아이를 무사히 발견한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오바타의 소형짐차에는 음료수와 물, 침남 등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활동비는 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신조다. 이번에도 후지모토의 할아버지가 감사의 표시로 목욕탕 사용을 권하자 “자원봉사자라서 그런 것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는 “소중한 생명을 구해서 다행”이라면서 “사람 목숨보다 중한 것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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