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의과대학의 ‘여성 제한’ 문제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입시부정을 한 도쿄(東京)의과대가 2006년부터 여성 수험생을 일률적으로 감점해 합격자를 줄인 사실이 드러난 데다, 이런 부정이 전국 의대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국 대학 의학부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도쿄의과대 내부조사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의과대는 입시 2차 시험인 소논문에서 현역과 재수·삼수 남학생에게 20점, 4수 남학생에게 10점을 부여한 반면 여학생과 5수 이상 남학생에게는 가점을 하지 않는 식으로 합격자수를 억제했다. 이런 차별은 최소한 2006년부터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쿄의과대는 또 작년과 올해 입시에서 수험생 19명의 점수를 부당하게 올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은 여성 수험생 감점에 대해 “결혼과 출산 등으로 장기간 근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조사위는 “여성차별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의료계에선 이런 여성 차별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게시판에는 “여자 억제는 우리 대학에도 있었다”, “더 노골적인 대학도 있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 여학생의 의학부 합격률은 남학생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부과학성의 2017년도 학교기본조사에 따르면 전국 의학부 합격률은 남자가 6.6%, 여자가 5.9%였다. 같은 이과에서 이학부 합격률이 남녀 모두 11.6%, 공학부가 남자가 12.0%, 여자가 12.2%인 것과 대비된다.
여성 차별이 이뤄지는 이유로는 의학계의 뿌리 깊은 ‘남성 우위’ 체제가 거론된다. 후생노동성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여의사 비율은 전체의 2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꼴찌다. OECD 평균은 44.8%다.
도쿄의과대 관계자는 “여의사는 이직률이 높아 현장이 곤란하다. 남자를 합격시키는 편이 일본의 의료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사의 이직률은 높은 것은 사실이다. 20대에 34.6%인 여의사 비율은 50대에 15%까지 떨어진다. 진료과목도 피부과나 안과, 마취과 등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여성이 아이를 기르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2년 노동시간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경우 주 60시간 이상이 41.8%로 다른 어떤 직종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의 이직률이 높아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은 업무가 가장 과중한 후기 연수기간과 겹친다. 이때는 여성이 결혼이나 출산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본여의사회는 “‘여성이니까 이직하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지 말고, 여성이 이직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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