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비용도 늘고 배치도 늦어지는데”...일본, 북한 미사일 대비용 이지스 어쇼어 논란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도입키로 한 육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이지스 어쇼어)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도입 가격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데다 배치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지스 어쇼어에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최신예레이더 ‘LMSSR’을 탑재키로 하면서 이지스 어쇼어 1기의 배치 비용이 1340억엔(약 1조34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가 밝힌 가격 800억엔의 1.7배에 달한다. 유지비 등을 포함할 경우 이지스 어쇼어 2기의 총액은 약 4640억엔(약 4조66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일 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이뤄지는 무기 조달은 이지스 어쇼어의 가격을 더욱 올릴 가능성이 있다. FMS는 미국 정부가 자국 방산제품 판매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수의계약이다. 미국이 견적을 뽑은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검증이 어렵고 ‘부르는 게 값’이 되기 쉽다고 아사히신문은 지적했다. 실제 최신예전투기 F35A의 경우 1대당 가격이 2012년 96억엔에서 2017년 147억엔으로 부풀었다.
 배치 시점도 논란거리다. 일본 방위성은 이지스 어쇼어를 2023년부터 운용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측은 계약부터 배치까지 6년이 걸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사히는 아베 신조 정권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국민들에게 위기감을 호소했지만,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는 내년 계약을 맺더라도 2025년으로 늦춰진다고 지적했다.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을 둘러싸고 배치 후보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배치 후보지인 아키타(秋田)현과 야마구치(山口)현은 북한 위협 상황이 바뀌고, 전자파 등으로 인한 주민 건강이 우려된다며 배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성은 배치 후보지에 대한 지질조사 등을 시행할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오는 9월로 연기했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화해 국면으로 들어갔는데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가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면서 “도입을 단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신문은 전날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의 일부를 철수하기로 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구입 압박에 따르는 형태로 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결정한 만큼, 이제 와서 북한 위협이 멀어졌다고 인정하면 미국 무기를 구입할 근거가 엷어지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