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6월23일 오키나와현 이토만시에서 열린 전몰자 위령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 지사가 헌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오키나와/교도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의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가 지난 8일 갑자기 별세하면서 미군 기지의 헤노코 이전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당초 오는 11월 지사 선거에서 오나가 지사를 다시 내세워 기지 건설을 막겠다는 기지 반대파의 구상은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기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정부·여당은 선거 준비를 서두를 태세지만, ‘추도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나가 지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오는 11월18일 열릴 에정이었던 차기 지사 선거는 9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은 현직 지사의 별세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된 다음날부터 5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심점이었던 오나가 지사가 급서하면서 기지 이전 반대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지난 8일 밤 오키나와현에선 오나가 지사를 지지해온 사민당과 공산당 관계자 등이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12월 최고재판소가 오나가 지사의 헤노코 매립 승인 철회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 헤노코 현지에선 기지 공사가 착착 진행돼왔다. 이에 오나가 지사는 매립을 위한 토사투입을 앞둔 지난달 27일 매립승인 철회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매립 공사를 막기 위한 최후의 조치였지만, 결국 실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올 오키나와’로 불리는 기지 이전 반대파는 오나가 지사의 급작스러운 별세로 ‘백지’에서부터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들은 당초 오나가 지사를 후보로 재옹립해 지사 선거에서 승리, 기지 이전을 막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오나가 지사를 제외하고 폭넓은 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선 1972년 일본 복귀 이후 미군 기지 문제를 중심으로 보수와 혁신계가 격렬하게 대립해왔다. 이런 오래된 틀을 넘어 보수와 혁신계를 한 데 모아낸 게 오나가 지사였다. “오나가를 대신할 사람은 오나가밖에 없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였다. 오나가 지사를 보좌해온 지하나 기치로(謝花喜一郞) 부지사와 야당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후보자 선정은 이제부터다.
반면 오나가 지사와 대립해온 정부·여당으로선 이번 선거가 절호의 기회다. 지난 2월 헤노코가 위치한 나고(名護)시 시장 선거에 승리한 여세를 몰아 지사직까지 탈환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여당은 기노완(宜野彎)시의 사키마 아쓰시(佐喜眞淳) 시장을 지사 후보로 결정하고, 선거대책본부 직원들을 오키나와에 투입하고 있다. 헤노코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총리 관저도 사키마 시장을 전면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예정보다 앞당겨지게 된 이번 지사 선거가 별세한 오나가 시장을 애도하는 ‘추도 선거’의 색깔이 짙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총리 관저에선 “무당파층을 포함해 표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고 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당초 정부는 헤노코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오는 17일쯤 매립 해역에 토사를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변경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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