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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니혼 닛폰

일본 여당 여성의원, “성 소수자 생산성 없어...세금 써야하나” 기고에 비판 확산

 ·성폭행 폭로 여성에겐 “여자로서 잘못” 발언도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 커플은 생산성이 없다.”
 일본 여당 여성의원이 성 소수자 커플을 두고 한 발언을 두고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51)은 지난 18일 발매된 월간 <신초(新潮) 45>에 ‘LGBT 지원의 도가 지나치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스기타 의원은 “LGBT 커플을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찬동을 얻을 수 있을까”라면서 “LGBT 커플은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즉 ‘생산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재차 “거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라고 LGBT에 대한 행정지원에 의문을 표시했다.
 스기타 의원은 또 “‘상식’이나 ‘보통’이라는 것을 잃어가는 사회는 ‘질서’가 없어지고 언젠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 나는 일본을 그런 사회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성적 소수자가 ‘비상식’이고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기고문을 두고 ‘인권의식 결여’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아쓰지 가나코 입헌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LGBT도 납세자라는 것은 지적해두고 싶다”면서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독신자, 아이가 없는 부부, 여러 사정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도 모두 생산성이 없으니까 세금을 쓰지 말라는 것인가” “국민을 생산성의 유무로 분류해, 후자를 억압하는 것은 나치스의 우생사상과 같은 것 아닌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스기타 의원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선배 의원으로부터 “잘못된 것을 아니니까 가슴을 펴도 괜찮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면서 “자민당이 도량이 넓다는 것을 느낀다”고 올렸다.
 하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케이 슌스케(武井俊輔)  중의원 의원은 트위터에 “비열한 감정을 부채질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단지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라고 지적했다.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은 “복지행정 전반을 부정한다고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LGBT 당사자나 전문가로부터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미야 유이치(神谷悠一) LGBT법연합회 사무국장은 “자민당을 포함한 정·관·재계가 다함께 다양성이 있는 사회의 실현을 향해 대책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런 글을 발표하는 것은 그 노력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지방자치단체들 사에에선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제도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트렌스젠더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여자대학들도 생겨나고 있다.
 레즈비언임을 밝히고 기업·단체 강연과 연수를 해온 마쓰하라 히로코(增原裕子)는 “사가미하라 장애인 살상사건이나 동성애자를 학살한 나치스의 우생사상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헤이트스피치 문제에 정통한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는 “생산성의 유무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은 일부 보수층 안에 있는 생각”이라면서 “약자답게 있으면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취급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마이너리티가 생겨나는 순간 ‘지나치게 보호받고 있다’라고 공격하는 게 지금의 일본 사회”라고 말했다.
 스기타 의원은 “게이라고 말하는 인간”으로부터 살해 예고 메일이 왔다면서 경찰서에 피해신고서를 제출하는 한편 관련 트위터를 삭제했다.
 스기타 의원은 보수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 차세대당을 거쳐 지난 총선에서 자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인하고, 미국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2014년 국회 질의에선 “남녀평등 정책이 망상”이라며 “남녀평등 정책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이혼을 증가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 TV 방송국 기자의 성폭행을 폭로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에 대해 “여자로서 잘못이 있었다. 남자 앞에서 술을 마셔서 기억을 잃었다”, “사회에 나와 여성으로서 일하고 있으면 싫은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그걸 거절하는 것도 기술”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