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에서 열린 철도박물관 신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고속열차인 신칸센(新幹線) ‘E5계’의 시뮬레이션용 장치에 앉아 모의운전 체험을 했다. 자민당 사이타마현 연합회 간부는 “총리 측에서 ‘철도박물관을 시찰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의 ‘대항마’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철도 오타쿠(광)’다. 이런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친근감을 사는 ‘강점’이기도 하다. 이시바파 간부는 아베 총리가 일부러 철도박물관을 찾은 데 대해 “철도 팬을 끌어들이기 위한 ‘따라하기’ 전략 아니냐”라고 경계했다.
아베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3연임을 위한 ‘표밭 다지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지방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철도박물관을 찾은 데 이어 사이타마시 한 호텔에서 열린 ‘아베 총재 타운미팅’에 출석했다. 아베 총리는 당원 350명 앞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법 통과 등의 실적과 함께 자신이 ’선거의 얼굴’임을 과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이후 오사카(大阪), 홋카이도(北海道), 시가(滋賀)를 방문했다. 오는 7일에는 가고시마(鹿兒島)현 연합회 모임에 참석하고, 8일에는 미야자키(宮崎)현에서 망고 재배 현장 시찰 등을 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이들 지역은 지난 2012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졌거나 경합을 벌였던 지역이다. 전날 방문한 사이타마현도 아베 총리(2표)가 이시바 전 간사장(5표)에게 밀린 곳이다.
중·참의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사실상 총리를 뽑는 자리다.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 서포터스가 참여한 투표로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1·2위 후보를 모아 의원들만 참여하는 결선 투표를 한다. 2012년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 투표가 치러졌고, 아베 총리가 역전했다. 아베 총리로선 ‘취약점’인 지방표를 공략해 승세를 굳히겠다는 생각이다. 아베 총리의 한 측근은 “총재 선거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지방표를 의식해 총리와 지방 관계자를 연결하는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로 지난 3~4월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3선 대로’에 비상등이 켜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50% 안팎으로 회복된 상태다. 지난달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전보다 10%포인트 오른 52%였다.
아베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는 초당파 보수정책 모임인 ‘창생일본(創生日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간부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 지방연수회를 각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2일 국회 폐회 전이라도 지방연수회를 열 생각이다.
한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미 아베 총리보다 일찍 지방표를 다지고 있다. 자신의 파벌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미야기(宮城)·이와테(岩手) 현 등을 돌면서 지방표를 지키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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