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한 사람의 자택을 청소·소독해 원상을 회복시키는 ‘특수청소’ 업자의 모습. 메모리즈 홈페이지 캡쳐
일본 긴키(近畿·혼슈 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특수청소’를 맡아 하는 ‘메모리즈’의 요코오 마사토미(橫尾將臣) 대표에게는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 현장이 있다.
8년 전 일이다. 오사카(大阪) 시내의 한 독채에서 집주인인 60대 남성이 목욕탕에서 ‘고독사(孤獨死)’했다. 요코오 대표는 이 남성과 소원했던 친족의 의뢰로 현장정리를 하러 갔다.
숨진 남성은 이웃들과 사귀는 것도 피했다고 한다. 부엌과 거실에는 막 뜯은 편의점 도시락이 흩어져 있었다. 냉장고에는 이 남성이 자신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검정색 펜으로 쓴 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내일도 또 살아 보이겠다고, 쌀을 씻는다.’
요코오 대표는 “살고자 했던 흔적을 보자 ‘이런 최후밖에 없었을까’ 하고 애달퍼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메모리즈’에는 매월 150건 가까운 ‘특수청소’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15배나 증가했다.
일본에서 고독사한 사람의 자택을 청소·소독하고 원상 회복시키는 ‘특수청소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수청소사’ 자격증을 따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고, 해당업계 단체도 설립됐다. 급증하는 고독사에 ‘사후 처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국에 5000개 이상의 업자가 특수청소업계에 참가하고 있다. 이는 관련단체가 민간자격의 인정제도를 시작한 5년 전에 비해 15배 넘게 팽창한 것이다.
특수청소업자는 고인의 자택 관리인이나 친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청소와 소독을 한다. 유품 정리를 떠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 고독사의 경우 뒤늦게 유체를 발견하게 되면 실내의 냄새나 오염이 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특수청소업자는 특수약품과 살충제, 전기톱 등을 사용해 실내를 원상 회복하는 작업을 한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당초 ‘특수청소’는 일부 재활용업자나 이사업자가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장의업자나 폐기물 처리업자 등 폭넓은 분야의 업자가 참가하고 있다. 다만 악질업자에 의한 고액요금 청구나 조잡한 작업을 둘러싼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런 업계의 건전화를 목표로 지난 2013년 일반회계법인 ‘사건현장특수청소센터’(본부 홋카이도)가 설립됐다.
이 센터는 민간자격의 ‘특수청소사’ 인정제도를 창설했다. 유족 대응과 질높은 청소 방법 등을 주제로 약 2개월간의 통신강좌를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특수청소사’ 자격을 얻게 된다. 2013년 ‘특수청소사’ 자격취득자가 재적하고 있는 업체는 326개사였지만, 지난해말 현재 5269개사로 급증했다.
특수청소업계 ‘활황’의 배경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한 반면, 가족·친족 관계는 갈수록 소원해지면서 이들의 사후 유품 정리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기초조사 등에 따르면 2016년 혼자 사는 고령자수는 약 65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10년 전보다 1.6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일본 전국에서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고, 이들의 사후 뒷처리가 집주인이나 지역사회에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고독사로 인해 입는 손실을 받는 고독사 보험도 나온 상황이다. 오네 히데토(小根英人) ‘사건현장특수청소센터’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면서 “유족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업자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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