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황금연휴를 맞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몰려드는 등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주요 공항은 ‘수트케이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터미널에 외국인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수트케이스가 늘면서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의 관문으로 연간 1550만명의 외국인이 이용하는 나리타(成田)공항의 국제선 출발 로비에 방치된 수트케이스는 지난해 1년간 250개에 이른다. 방치된 수트케이스는 ‘분실물’로 공항경찰서에서 3개월간 보관된 뒤 폐기되지만 주인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공항경찰서 창고에는 수트케이스 50~60개가 항상 보관돼 있다.
다른 공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사카의 간사이(關西)공항에선 지난해 수트케이스 258개가 신고됐다. 2013년 80개에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나고야의 주부(中部)공항은 지난해 287개, 홋카이도의 신치토세(新千歲)공항도 연 100개 이상의 수트케이스가 방치된다.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은 매월 10개 안팎의 수트케이스가 방치되는데, 2015년 중국 항공편이 증편된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버리고 간 수트케이스는 국제선 로비의 쓰레기통이나 의자 옆, 카트 등에서 발견된다. 화장실 개인칸에 숨기듯이 두고 간 경우도 있다. 대다수가 외국어가 쓰인 꼬리표가 붙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귀국할 때 버리고 간 것이다. 일본에 와서 수트케이스를 사고. 기존 수트케이스는 버린 것으로 보인다. 나리타공항 측은 “기념품 등을 넣고 가기 위해 수트케이스를 새로 샀지만, 탑승수속시 중량이 넘어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 기존 수트케이스는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항이나 경찰 당국은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일본 법률상 분실물인 수트케이스는 적어도 3개월은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장소가 마땅치 않다. 나리타공항 경찰서 측은 “분실물이라 바로 버리는 것도 안되고, 보관장소 확보가 큰 일”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수트케이스가 열쇠로 잠겨 있는 경우는 ‘수상한 물건’으로 간주된다. 경찰이나 경비원이 금속탐지기나 엑스선으로 폭발물이나 위험물인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간사이공항 측은 “테러의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항 내를 순찰하는 데만 인력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주부공항에선 지난 3월부터 1080엔(약 1만원)을 받고 수트케이스를 맡아 처분해주는 창구를 출발 로비에 설치했다. 하지만 이 창구를 이용한 외국인은 지난달 20일 현재 3명에 불과하는 등 공항과 경찰 측은 대응책 마련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017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977만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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