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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연봉 2억 준다는데도 안와요”...일본 과소지역 의사 부족 심각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연봉 2억원 등을 내걸면서 3년에 걸쳐 의사를 모집했지만 1명도 채용하지 못해 결국 공모를 단념했다. 과소(過疏)지역에서의 의사 부족이 심각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NHK에 따르면 혼슈(本州) 최북단으로 일본해(동해)에 접해 있는 아오모리(靑森)현 후카우라(深浦)정은 마을 내에 상주하는 의사가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4년 전 마을에서 운영하는 진료소를 새로 개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연봉 2200만엔(약 2억1700만원), 집세와 광열비가 무료인 주택 제공 등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의사를 모집했다.
 그간 2명의 의사가 응모했지만 가정 사정 등의 이유로 공모 중간에 사퇴했다. 후카우라정은 결국 지난해말까지 3년이 걸리도록 의사를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공모로 의사를 확보하는 것을 단념했다. 대신 과거 마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아오모리현 산노헤(三戶)정의 76세 의사에게 간곡히 부탁해 겨우 다음달 진료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후카우라정은 인구가 8500명 정도 된다. 
 아오모리현은 인구 10만명 당 의사수가 2016년말 현재 전국에서 7번째로 적다. 현내에선 중심 도시인 히로사키(弘前)시와 그 주변을 제외하곤 모두 평균을 밑도는 등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후카우라정 측은 “한껏 조건을 제시해도 의사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2000년 이후 지역간 의사 편차가 사회 문제가 됐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6년 말 기준 인구 10만명 당 의사수는 평균이 206.3명이다. 교토(京都)부가 272.9명으로 가장 많고, 도쿠시마(德島)현 270.1명, 도쿄(東京)도가 265.5명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10만명 당 의사수가 135명으로 가장 적은 사이타마(埼玉)현을 비롯, 이바라키(茨城·146.7명), 지바(千葉·153명)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등 의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인구당 의사 수가 높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땅 크기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오지나 낙도 등은 의료 서비스의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의사의 수가 적은 특정 지방에 근무한 경험이 있을 때만 병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