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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교' 살리기에 안간힘 쓰는 아베

9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과 손을 잡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교의 아베’ 이미지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일본만 ‘모기장 밖’ 신세가 되는 ‘재팬 패싱(소외)’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잇따른 스캔들로 인해 난국에 빠진 정권을 한·중·일 정상회담 등 ‘외교 이벤트’를 통해 부양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일본은 최근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외교적 설 자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등 대북 압력론으로만 일관하다가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되면서 일본만 ‘왕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인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말 황급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9일 2년 반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는 아베 총리에겐 모처럼 잡은 기회였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논의 테이블에 일본측 의제를 올리는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상호 방문 실현 등 일본의 외교력을 회복할 계기였던 셈이다.
 이런 의도는 한·중 정상을 추어올린 아베 총리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복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한다. 판문점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노력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 의제가 관련국 논의에 포함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공동발표에서 “납치문제 조기 해결을 위해 두 정상에 협조를 부탁했고, 일본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의도대로 일본이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아가 외교적 주도권을 회복할 지는 미지수다.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도 전날 북·중 정상회담 소식으로 인해 일본의 고립감이 두드러진 측면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두 번이나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일본이 쓸 ‘지렛대’는 당장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이 일본의 경제 원조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서 훨씬 뒤의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쓰시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도넛 외교’(한·중이 빠지는 등 가운데가 뚫린 외교)를 해온 탓에 중국·한국과 신뢰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서 ‘모기장 박’에 놓인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당황해서 필사적으로 따라잡고 싶다는 모습 아닌가”라고 지적했다.